[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내가 했던 말에서 어떤 것을 추론하려 애쓰지 마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자신의 발언을 시장에서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최근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독일 베를린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지난 통화정책회의에서 논의됐지만 그 때 이후로 더 이상의 뉴스는 없었다"며 "분명히 이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드라기는 이날 독일 일간 쥐트도이치 자이퉁이 주최한 경제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ECB는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refinancing rate)를 0.25%포인트 인하해 0.25%로 낮췄다. 반면 통상 기준금리를 낮출 때 같은 폭만큼 인하했던 하루짜리 예금금리(overnight deposit rate)를 제로로 동결했다. 당시 기준금리 인하 후 시장에서는 ECB가 조만간 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시 드라기 총재도 예금금리를 제로 이하로 낮추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며 ECB는 기술적으로 준비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ECB가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를 낮추면 유럽 은행들이 이자를 지불하고 ECB에 자금을 예치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들이 ECB에 자금을 맡기지 않게 만듬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최근 유로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논란은 확산됐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락하면서 디플레에 대한 논란이 커졌고 이 때문에 ECB 추가 부양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마이너스 금리가 계속 회자되는 이유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감한 정책이고 그 부작용도 감안을 해야 한다.
드라기도 독일 금융포럼에서 "ECB의 기준금리 인하가 상당한 우려를 낳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장기간의 저금리는 금융 안정에 리스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ECB는 그동안 기준금리를 내릴 때 통상 오버나이트 예금금리도 같은 폭만큼 내렸다. 관례대로라면 이미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채택돼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ECB는 예금금리를 0%로 동결했다. 이는 그만큼 ECB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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