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현대건설의 해외수주 1000억달러 달성은 현대정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도전과 개척’의 역사라 불릴 만하다.
현대건설의 해외진출 역사를 살펴보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앞서 개척한 사례가 두드러진다. 국내 공사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된 해외진출은 현대건설 특유의 도전정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건설사상 최초의 해외진출 시대를 연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는 사실 현대건설로도 처음으로 도전하는 고속도로 공사였다. 현대건설은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 생산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낡은 장비로 공사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전동식 롤러나 컴프레서, 믹서기 등 직접 장비를 고안하고 비에 젖은 골재를 건조기 대신 철판에 굽는 기지를 발휘해 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 공사를 통해 습득한 고속도로 시공기술은 현대건설의 귀중한 자산이 돼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향후 중동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이 밖에도 현대건설 특유의 추진력과 도전정신은 대규모 난공사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주베일산업항 공사에서는 해상 구조물 재킷(Jacket)을 울산에서부터 직접 수송해 10층 빌딩 규모, 550t에 달하는 재킷을 한계 오차 5㎝ 이내로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쿠웨이트 슈아이바 항만 공사 때는 경사식 안벽을 시공하기 위해 소형선박인 스크리딩 바지(Screeding Barge)를 최초로 고안해 공기단축에 기여했다.
선제적 시장 다변화 전략 역시 눈에 띈다. 태국에 이어 베트남에 진출해 수주행진을 이어간 현대건설은 1960년대 말 괌, 호주, 파푸아뉴기니, 알래스카까지 영역을 확대해 교량, 항구, 수력발전소 등 다양한 공사에 도전했다. 이렇게 쌓여진 값진 시공경험은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UAE, 리비아, 예멘 등 중동국가에서의 대규모 수주로 이어졌다.
현재 현대건설은 과열된 중동시장을 탈피해 중남미 및 아프리카로의 신시장 확대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2011년 말 코트디부아르 발전소(2억5000만달러)와 2012년 초 콜롬비아에서 베요 하수처리장(1억6000만달러)을 수주하며 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 재진출에 성공하고, 올해 들어 우즈베키스탄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8억2400만달러)와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6억9700만달러)를 수주하며 유럽에서 중동,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건설 실크로드’를 완성했다.
현대건설은 또한 사업구조 고도화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단순시공을 벗어나 정유·가스·석유화학·제련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국내 건설 산업의 질적 도약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수주한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Gas-to-Liquid)이나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브라카 원전 등은 일본 및 유럽 일부 업체들이 독점 수행하던 영역에 도전해 이룬 성과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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