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독일의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 독점 구도를 깰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 자동차 구매자들에게 '럭셔리'란 '독일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독일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의 구도를 깨는 게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숙제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IHS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고급 자동차 시장은 연 400억달러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그 중 70% 이상을 아우디, BMW, 다임러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차지하고 있다. 아우디의 점유율이 31%로 가장 높고 BMW(25%), 메르세데스 벤츠(16%) 순이다. 재규어 랜드로버(6%), 렉서스(5%), 볼보(4%), 캐딜락(3%), 포르쉐(3%), 인피니티(1%), 기타(6%)가 그 뒤를 잇고 있다.
WSJ는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 타타의 재규어 랜드로버, 중국이 인수한 스웨덴 볼보 등이 최근 1년 사이에 중국 내 공장 설립에 수십억달러의 돈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 진입을 정조준하며 독일 브랜드와의 싸움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WSJ는 자동차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에 2015년에는 중국 내 고급 자동차 수가 50만대 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고급 자동차 판매 대수가 올해 140만대에서 2020년 3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국 230만대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돈 많은 중국인들의 독일 브랜드 자동차를 향한 욕망은 강한 편이다. 그러나 개별 브랜드별로는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틈새를 노릴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독일 브랜드의 고급 자동차를 몰아 본 경험이 있는 젊은 층 부자들은 기존의 것과 차별화한 두 번째, 세 번째 자동차 구입을 희망하고 있어 독일 차와 경쟁하려는 다른 브랜드들에 기회를 안겨 주고 있다.
다만 독일 3대 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중국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도 공격적으로 중국 내 생산과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점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독일 브랜드와 경쟁하기가 호락호락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마르코 게리츠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이사는 "다른 브랜드들이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해야 하는 일은 '대세를 따르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인들은 신차를 고를 때 독일 3대 브랜드를 먼저 선택하려 할 것이고, 적어도 이보다 낮은 급의 브랜드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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