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은행과 중소은행의 입장 차가 뚜렷하다. 중국 금융 전문가들은 대형은행의 부실대출비율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은행들은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부 중소은행의 경우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과 파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젠칭(姜建淸) 공상은행 회장 "부실대출 증가는 불가피"=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장젠칭 회장은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비율 상승을 시인했다. 장 회장은 20일(현지시간)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은행권의 부실대출비율 상승은 불가피한 일이 돼 버렸고, 정부가 금융시장에서 정부 보다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은행 몇 곳이 업계에서 퇴출될 것으로 예상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과도한 대출을 집행한 탓에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부실대출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은행업계 전체 부실대출 비율이 1%를 넘어서지 않고 있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부실대출비율이 1~2%, 또는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유독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증가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면서 "중국 은행들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장 회장은 "공상은행의 경우 부실대출비율이 0.91%에 불과하다"면서 "은행업계가 전반적으로 중소기업 및 가계 대출을 늘리고 있는 추세여서 이 비율이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은행권에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중국 은행들이 부실대출비율을 1% 미만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것은 경제학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사람들이 가장 걱정을 많이 하는 부분인 부동산과 지방정부 대출에 대한 리스크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행관리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7~9월) 은행권 부실대출 규모는 전 분기 대비 241억위안 늘어난 5630억위안(약 99조원)을 기록했다. 2005년 4분기 이후 8년 만에 분기 증가폭이 최대를 기록했다. 부실대출비율은 전 분기대비 0.01%포인트 오른 0.97%로 집계됐다.
◆금융전문가 팡싱하이(方星海) "中 중소은행, 뱅크런·파산 가능성 커"=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와 상하이(上海)시 금융서비스판공실 주임을 역임한 중국의 대표적인 금융전문가 팡싱하이(方星海) 중앙재경영도 소조 판공실 순시원(巡視員·감찰직)은 중국 중소은행들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팡 순시원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내년까지 적어도 1~2개 중소은행들이 뱅크런을 경험하거나 파산하게 될 것"이라면서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중소은행 가운데 80%가 유동성 조달을 은행 간 단기대출 시장과 자산관리상품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들은 심각한 유동성 압력을 견뎌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신용증가를 억제하려는 인민은행의 노력으로 최근 은행 간 대출금리인 7일물 레포금리가 5%대로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금리는 5.4%를 기록, 최근 한 달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팡 순시원은 "일부 중소은행의 원활하지 못한 자금흐름은 업계 전반에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일으켜 그림자금융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중국 은행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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