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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매각 처지에 놓인 국내 최초 반도체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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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하이텍 인수 후보로 SK하이닉스ㆍLG 등 거론
매각가격은 미지수…9000억원대 부채가 관건


[아시아경제 박민규ㆍ김재연 기자] 동부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키로 한 동부하이텍은 1968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사업을 시작한 아남반도체가 그 뿌리다. 아남반도체는 1956년 설립된 아남그룹이 모기업으로 최초의 사명은 아남산업이었다.

외환위기로 아남그룹이 해체되면서 199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02년 동부그룹으로 편입됐다. 2004년에는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가 합병해 동부아남반도체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후 2007년 동부하이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반도체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인수 후 의욕적인 투자를 했지만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서 재매각되는 운명에 처했다. 2000년 일본 도시바와 손잡고 시스템반도체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그룹의 위기 때문에 3번째 새주인을 맞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동부하이텍은 시스템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라고도 불리는 시스템반도체는 연산이나 논리작업 등 정보 처리를 수행하는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이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멀티미디어 반도체, 휴대전화 칩 등이 포함된다.


반면 정보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이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주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D램 부문에서 세계 1ㆍ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2001년 당시 국내에서 대세였던 메모리반도체 대신 시스템반도체를 주요 사업으로 선택했다. 국내 최초로 시스템반도체 양산 체제를 갖춘 것도 바로 동부하이텍이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UMC 등 대만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4%로 9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부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 태동의 역사를 안고 있는 동부하이텍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주목된다.


동부그룹과 채권단은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을 감안해 동부하이텍을 외국 기업에 넘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메모리반도체의 강자인 SK하이닉스다. 동부하이텍을 인수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역량을 키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사업에 한을 품고 있는 LG도 잠재 후보군 중 하나다. LG그룹은 1994년 사업구조조정으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겼다. 이후 현대전자는 하이닉스반도체를 거쳐 2011년 SK그룹으로 넘어가면서 현재의 SK하이닉스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협의를 해내가야 하겠지만 김준기 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시작할 때 국내 반도체 시장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힌 만큼 외국 기업에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품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LG나 시스템반도체에 약한 SK하이닉스 등이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가격은 미지수다. 동부하이텍이 안고 있는 9000억원대의 부채가 얼마나 해소될지가 관건이다.


동부그룹은 동부CNI동부건설 등을 통해 동부하이텍 지분 37.29%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현 주가인 6000원 수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1000억원 규모다. 동부하이텍 전체 지분의 50.2%가 소액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매각 가치는 더 올라간다. 하지만 동부하이텍의 9000억원대에 이르는 부채가 문제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메탈 지분 31.3% 등을 팔아 부채를 대폭 줄인 뒤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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