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은행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11월 기준금리를 종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잡은 이후 6개월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의 결정은 시장의 예상과 같다. 시장 참가자들은 세계 주요국과 국내 경기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양적완화(QE) 규모 줄이기가 임박해 위험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24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9%는 금리 동결을 점쳤다.
최근 지표로 나타나는 경기 상황은 낙관적이다. 지난달 25일 한은이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전기보다 1.1%, 전년 동기보다 3.3% 높았다. 각각 0.9%, 3.2%를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치를 웃돈다. 전기 대비 GDP가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1.1% 성장을 유지한 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성장률도 7분기 만에 3% 위로 올라서면서 시장에선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연말과 새해 초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좌우할 변수가 남아있다는 점도 금리 동결을 지지한 요인이다. QE 축소의 시기와 규모 등 미국의 재정정책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시장의 맷집을 확인한 뒤에 금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에 머무는 등 저물가 기조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을 시도하기도 이른 상황이다.
관심거리는 다시 불거진 금리 인하론이다. 시장과 한은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연내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잠잠하던 금리 인하론이 다시 거론되는 배경은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금리 인하론이 다시 등장한 건 환율 하락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경기 기저효과, 즉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의 깜짝 금리 인하를 눈여겨보는 시선도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커플링(동조화)'을 강조해온 탓이다.
아울러 오랜 저성장에 따른 반짝 성장세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바닥이 낮아 오름폭이 커 보인다는 설명인데 저물가 기조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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