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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조선이 사랑한 서울, 겸재가 되어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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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한강 주변 직접 답사 후 풍경 그려내…자연의 영원성·과거와 현재의 유사성 화폭에 담아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조선 후기 우리의 산천을 화폭에 담아 회화사에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던 '진경산수화'. 조선인이면서도 중국의 화풍을 모방해 조선이 아닌 중국의 산천을 그린 경우가 많았던 조선의 화가들은 진경산수화에 이르러 조선의 산천을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 이들은 특히 한양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덕분에 현대인들은 이들이 남긴 그림을 통해 서울의 옛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게 됐다.


[서울스토리]조선이 사랑한 서울, 겸재가 되어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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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화를 얘기할 때 겸재 정선을 빼놓을 수는 없다. 북악산 서남쪽 기슭 인근에서 태어난 겸재는 어렸을 적 한성부 북부 순화방 유란동에서 살며 안동 김씨 명문가들의 문하에 드나들면서 성리학과 시문을 수업받았다고 한다. 안동 김씨들과 인연을 쌓은 덕에 그들로부터 후원을 받은 정선은 보답으로 그림을 그려 주기도 했다. 그는 특히 서울 근교의 명승들과 한강변의 풍경을 화폭에 많이 담았다. 18세기 한양과 그 주변 풍경을 담은 작품 중 유명한 것으로는 '인왕제색도' '사직노송도' 외에도 '창의문' '경복궁' '수성동' '행호관어' 등이 있다.


[서울스토리]조선이 사랑한 서울, 겸재가 되어 걷다 인왕제색도. 출처: 문화재청, 리움미술관 소장

겸재의 '한양 진경산수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은 역시 '인왕제색도'라고 할 만하다. 그림 속 인왕산은 거침없는 흑색의 붓칠로 표현된 절벽과 바위, 이를 감싼 안개가 신비로운 정경을 연출하고 있다. 인왕제색도는 겸재 나이 76세 때의 작품인데, 노인이 그렸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강인함과 남성적인 기세가 표현돼 있다. 단단하고 묵직한 화강암 덩어리와 사이사이 하얀 구름과 안개, 나무들, 여기에 오른쪽 하단에 그려진 정자 한 채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잘 표현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왕산은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 중 하나다. 지금의 인왕산 전경은 인왕제색도에 그려진 것과 별로 차이가 없다. 200년 전에 그려진 인왕제색도는 자연의 영원성과 보편성, 과거와 현재의 유사성을 깨닫게 해 준다.


겸재의 다른 작품인 '수성동'은 인왕산 일대 수성동 계곡을 그린 것이다. 종로구는 지난해 6월 인왕산 수성동계곡 복원공사를 완료하기도 했다. 이 공사는 계곡 좌우편에 자리를 잡아 경관을 해치던 옥인아파트를 철거하고 전통 조경 방식으로 나무를 다시 심어 소박하고 옛 정취를 지닌 계곡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정선의 그림 속 옛 모습을 잃었던 수성동은 이제 본래의 모습으로 꽤 돌아온 듯하다.


[서울스토리]조선이 사랑한 서울, 겸재가 되어 걷다 사직노송도.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사직노송도'는 20세기 초까지 사직단에 서 있던 노송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소나무 한 그루와 그 가지를 받치는 받침목까지 매우 세밀하게 표현돼 있는 그림이다. 소나무는 선비의 절개와 기개를 상징한 덕분에 예로부터 소나무는 종종 그림의 소재가 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사직노송도'처럼 오로지 소나무만을 화면 가득 채워 그린 경우는 드물다. 과연 정선은 어떤 의도에서 이 같은 그림을 그렸을까. 조선 후기 이인좌의 난 이후 그려진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은 조선이 시련을 딛고 앞으로 전진하기를 바라는 화가의 심정을 노송에 빗대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림 속 노송이 중간에 아래를 향해 꺾여 있지만 다시 힘차게 위로 상승하는 형상이 이 같은 불굴의 기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서울스토리]조선이 사랑한 서울, 겸재가 되어 걷다 행호관어. 간송미술관 소장


정선의 눈이 한강을 놓쳤을 리는 없다.'행호관어'라는 그림을 통해 한양 백성들 일상의 중심에 자리 잡은 당시 한강의 모습도 남겼다. 행호관어(杏湖觀魚)는 '행호(杏湖)에서 고기 잡는 것을 살펴본다'는 뜻인데, 행호는 당시 고양시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한강을 부르던 이름이다. 행호는 창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행주대교 아래까지를 부르는 이름인데 한강물이 이곳에 이르면 물 흐름이 느려지고 강폭이 넓어져 마치 호수와 같다고 해 '호수'로 불렸다고 한다. 1741년 그려진 '행호관어'는 현재의 서울 강서구에서 본 고기잡이 장면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속 한강 가운데에는 지금은 사라진 모래섬이 보이고, 모래섬과 행주나루 사이에는 웅어를 잡는 것으로 보이는 어선 14척이 그려져 있다. 배는 한 척에 2~3명이 탔을 정도로 작고 돗대가 없는 어선이다. 한강 넘어 행주나루에는 초가집과 기와집, 산위의 정자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는데 역시 소나무와 기암절벽, 버드나무,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 기슭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수많은 고층건물과 아파트, 교각들과 그 위를 달리는 차들로 둘러싸인 지금의 한강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행호관어 속 한강은 화려함과 분주함이 아닌, 호적함과 신비로움을 보여줘 같은 한강이지만 전혀 다른 장소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정선은 훌륭한 경치를 직접 답사한 다음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는 평생 전국 곳곳을 여행했고 풍광을 볼 때마다 스케치를 하며 대상을 실감 나게 그리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정선이 추구했던 '진경'은 단지 대상의 겉모습만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상의 본질까지도 표현하려는 것이었다. 겸재가 보여주고자 했던 한양의 '진경', 거기엔 어떤 사진보다 선명한 서울의 한 역사와 풍경이 살아 있을 듯하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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