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與-글쎄野…'稅收펑크 유령'의 게임
[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8일 국회에서 개최한 '2014년도 예산 토론회'에서 35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내년 부족한 세수를 메울 수 있다고 전망한 반면 예산정책처와 야당은 경제성장률을 너무 낙관적으로 내다본 데다 정부의 세수확충 방안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와 여당은 대외 경제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적정수준의 재정지출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활성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정부·여당도 지난해 경기둔화에 따른 올해 세수실적의 부진으로 재정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봤으나 비과세 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지난해 경기둔화에 따른 세수실적 부진으로 수입이 감소하는 만큼 재정지출 증가율을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하지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재정지출을 유지했다"고 정부의 예산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기초연급 도입 등 복지와 문화, 행정예산이 크게 늘어난 반면 지난 정부에서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등으로 집중 투자했던 사회간접자본(SOC)과 환경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재정규모를 맞췄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도 "여당은 정부안의 편성 취지를 살리고 혹시 빠진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야당의 주장 중 받아들일 부분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제성장률이 낙관적이란 지적에 대해선 "경기가 회복되는 추세라 낙관적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주요 세수확충방안인 지하경제양성화의 실효성 지적에는 "지하경제양성화의 경우 첫해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하경제양성화가 매년 세액으로 잡혀 있어 2015년부터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예산정책처와 야당·학계는 정부가 3.9%로 본 내년도 경제성장률부터 낙관적이며, 7월부터 시작되는 기초연금 등 복지예산과 새 정부 초기 공약이행을 위한 대통령 관심사업 예산 증액, 지방선거 등을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민주당의 경우 대선 개입 의혹 논란에 휩싸인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예산 대폭 삭감과 4대강 사업을 근거로 대통령 관심 사업 예산 삭감도 벼르고 있다. 특히 여당과의 입법전쟁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해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 내년 정부 살림살이가 계획대로 추진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홍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정부 전망과 달리 경제회복 속도는 느리고 4대 연금 잠재부채와 공기업 부채 등을 포함해 국가부채 관리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수입 역시 경기부진 지속으로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의 실적이 부족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구조적 침체와 정부의 주요 세수확충 방안이 미흡해 지하경제 양성화의 효과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해 재정총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정부 예산안은 부자감세 철회 없이 적자예산을 편성해 '빚더미', 기초연금 등 공약 이행 예산 미반영으로 '거짓말', 창조경제 사업 예산은 사업성과가 불확실한 펀드조성에 치중하며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해 '무책임'하다"며 "공약, 민생, 미래를 포기한 '3포예산'"이라고 비판했다.
학계도 정부 예산안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예산안 편성 기초가 된 내년 경제성장률 3.9%부터가 현실과 괴리된 전망"이라며 "기존 복지제도만 유지해도 재정부담이 상당한 현실에서 증세 없이 복지예산을 확대하며 부채비율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고, 복지증대와 경제활성화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모두 맞추려고 어정쩡한 예산을 짜왔다"고 말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도 "경제성장률의 낙관적 예측은 세수 감소를 초래한다"며 "세출을 조정하지 않는 한 다시 국채 발행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