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세금이 부족하다고 온통 난리다. 현정부의 공약 파기 논란의 본질 역시 쓸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은 이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수 부족은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 이같은 주장에 의문을 던졌다.
예정처는 '2014년 세입예산안 분석 및 중기 총수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세수 부족사태는 단순히 경상 GDP 성장률 하락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경상GDP는 연평균 3.5% 증가했는데 국세수입은 2.5% 성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세금이 걷힌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예전 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보다도 경제성장률에 비해 세수가 덜 늘어난다고 예정처는 분석했다. 경제 성장률이 회복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설령 회복되더라도 세수 부족 사태는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수부족의 원인에 대해 예정처는 경기적 요인 외에도 구조적 요인이 있는 것으로 봤다. 예정처는 세수부진의 구조적 원인 가운데 법인세수 감소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지난해 법인세수 증가율은 2%로 2006~2011년 연평균 6%를 크게 하회했다. 일차적으로 법인세수가 줄어든 것은 경기부진에 따른 기업 수익성 탓도 있지만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섬에 따라 법인세 유효세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법인세를 각국이 낮춘 데에는 세부담을 완화시켜 기업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기업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은 90년대 초 34% 수준에서 22% 수준으로 낮아졌다. 법인세를 두고 국가들이 바닥으로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선택 외에도 기업들의 합법적, 비합법적 세금 회피도 법인세수 감소의 주요한 원인이다. 기업들은 국제적 자본 이동과 금융기법 등을 동원해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방안에 나서고 있다. 조세전략으로 불리는 절세전략 덕분에 법정세율과 유효세율 간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예정처는 기업들의 조세전략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 지는 회계법인의 매출액 구성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회계법인의 매출액 가운데 감사 및 컨설팅 서비스 증가율은 10% 내외 수준인 반면 세무서비스는 22.5%의 증가세를 보였다. 더욱이 10대 기업의 경우 더욱 효과적으로 조세전략을 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조세전략을 펼칠 수 있는 조직력과 전문성을 더욱 갖췄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구조적 요인은 자산시장의 침체문제다. 자산시장이 심각한 침체에 빠지면서 자산관련 세수가 전체 세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었다. 2007년만 해도 세금 가운데 자산관련 세금의 차지하는 비율이 15.1%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10.2%로 4.9%포인트 하락했다. 더욱이 자산시장의 침체는 개인과 법인의 자본이득이로 이어져 개인소득세 및 법인세 등의 감소를 가져온다.
세수 감소의 또 다른 구조적 요인은 무역자유화에 따른 관세 수입 증가속도 둔화다. 주요경제권과 잇달아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함에 따라 관세수입률이 가피르게 하락했다.
이같은 구조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확실한 재원 대책을 갖추지 않은 채 수행될 경우 구조적 재정적자에 빠질 것이라고 예정처는 진단했다.
예정처는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을 인식해야 하며 비과세·감면 정비 역시 의지를 다지는 한편으로 구체적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향후 고령사회를 대비해 안정적인 세수 기반을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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