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6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은 전 세계에서 도착한 애널리스트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400여명에 달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모인 이유는 8년 만에 열리는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 2013'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세계 IT업체 중 매출 1위, 영업이익 2위를 기록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TV, 스마트폰 등 전 방위에 걸쳐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은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오전 8시30분이 되자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가 다이너스티홀을 가득 메운 애널리스트 앞에 섰다.
이 사장은 "지난 8년 동안 삼성전자도 큰 변화를 겪었는데 오늘 이 자리는 우리가 글로벌 IT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와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과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에 찬 이 사장의 뒤를 이어 권오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대표이사(부회장)가 단상 위에 섰다. 권 부회장은 2009년 삼성전자가 세운 경영 목표인 '비전2020'에 대해 다시 한 번 소개했다.
권 부회장은 "2009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매출 4000억달러(약 426조원), IT 업계 1위, 글로벌 5대 브랜드, 존경받는 기업 10위 등의 목표를 제시했는데 생각보다 목표달성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삼성전자는 8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했고 다시 한 번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 세계 투자가들에게 '기술 초격차'를 통한 '비전2020' 달성에 대한 중장기 목표에 대해 소개했다. 지금까지 계속 무너져 오던 기술장벽을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쌓아올리겠다는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올해부터 3차원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기술 초격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평면에서 입체 구조로 반도체 공정의 획기적인 전환이 시작되며 후발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벌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D램의 경우 2015년께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기술 장벽을 쌓겠다고 밝혔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시 내년부터 3D 핀펫 공정을 본격화하고 2016년부터는 새로운 스트럭처를 통해 초격차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미지센서는 내년부터, 디스플레이는 2015년에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관련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2015년을 목표로 접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있다"면서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 등으로 혁신은 시작됐으며 향후 전자업계를 완전히 바꿀 기기들을 선보여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새로운 IT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의 이와 같은 뚜렷한 목표 제시는 과거 2005년 열렸던 '제1회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와 일맥상통한다.
당시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윤종용 부회장은 2005년 11월3일 열린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2010년 세계 1위 제품을 현재 8개에서 20개로 확대하고 2004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려 명실상부한 세계 전자업계 톱3에 진입할 것"이라며 "가격, 기술, 부가가치, 지역의 4대 벽의 붕괴가 진행될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안에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던 윤 부회장의 목표는 다소 무리한 것이라는 비평이 줄을 이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전혀 달랐다.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 201조원을 기록했다. 2004년 매출은 81조9600억원이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8년 연속 세계 평판TV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휴대폰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삼성에 의해 스러져갔다. 모토로라, 소니, 노키아 등 미국, 일본, 유럽을 대표하는 전자회사들은 무섭게 질주하는 삼성전자의 뒤만 바라봐야 했다.
2009년에 발표한 '비전 2020' 달성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IT업계 중 매출 1위, 영업이익 2위를 기록했다. 애플과의 영업이익 격차도 계속 좁혀지고 있다. 이미 IT 업계 1위 업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세계 100대 브랜드에선 8위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대 기업에선 34위를 차지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7년, 삼성전자 경영진이 다시 한 번 '위기'를 강조하며 재도약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8년이 지난 만큼 삼성전자의 두 번째 애널리스트 데이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2005년에는 윤종용 부회장이 개회사를 맡고 황창규 사장(반도체), 이기태 사장(휴대폰), 이상완 사장(LCD), 최지성 사장(디지털미디어) 순으로 세션을 진행했다. 반도체가 선봉장을 맡은 것.
올해는 권오현 부회장의 개회사 이후에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이 첫 세션을 맡았다. 신 사장의 뒤를 이어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 우남성 시스템LSI 사장,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세션을 진행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