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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시장형 실거래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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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ㆍ제약업계·시민단체 반대 한 목소리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폐지냐, 재도입이냐. 약을 싸게 공급받은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시장형 실거래가제' 재도입 시점인 내년 1월을 앞두고 병원ㆍ제약업계, 시민단체 할 것 없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대형병원에 혜택이 쏠리고 '1원 낙찰', 리베이트 합법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실익도, 당위성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재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6일 오전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협회에서 열린 시장형 실거래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0년 10월~2012년 1월 시행된 시장형 실거래가로 8988품목에서 약제 상한차액 1966억원이 발생했다.

평균 약가할인율은 2.9%. 요양기관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8.3%, 종합병원 11.3%, 의원 4.7%, 약국 0.2%로 협상력이 높은 대형 의료기관에 할인혜택이 쏠렸다. 품목별 약가인하율(10% 상한ㆍ연구개발 우수 제약사 감면)을 적용하면 이 수치는 0.65~1.62%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매년 3~5%의 약가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던 복지부 기대에 한참 못 미칠 뿐더러 이전 실거래가 제도(2000~2010년) 때의 평균 약가인하율(3.76%) 보다 적었다.


이재현 교수는 "제도 도입 당시 우려했던 대로 대형 요양기관만 평균 할인율이 크고 협상력이 적은 의원, 약국의 할인율은 적었다. 보험재정 절감효과도 399억~2146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품목별 약가인하율을 적용하면 이 수치는 더 낮아질 테고 행정관리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저가구매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약사간 출혈경쟁으로 인한 '1원 낙찰'의 부작용도 도마에 올랐다. 2010년10월~2011년9월 1원 낙찰 품목은 2515품목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했다. 1원 낙찰에 참여한 제약사 수도 179개에서 185개로 늘었다. 제약사당 1원 낙찰한 품목 수도 4.1개 증가하는 등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의약품 유통 투명화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병원과 제약사 간 힘겨루기를 시켜 약값이 떨어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병원이 보험약값 1000원인 약을 제약사간 입찰경쟁을 붙여 최종 900원으로 납품 받는다면, 정부가 절감액 100원 중 70원(70%)을 병원에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환자에게 돌려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0년 10월 리베이트와 약제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일괄 약가인하 등 다른 정책을 내놓으며 제도 시행이 두 번 유예됐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지난해 4월 단행된 일괄 약가인하로 인해 더 이상 존치의 명분과 이유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맹호영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아직 시장형실거래가제의 재도입 여부는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의약품 유통 투명성을 높이고 약가 정보를 파악, 약가 제도의 건전성을 도모한다는 방침 아래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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