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법 전성시대'가 왔다. 박근혜정부는 복지재원 135조원 중 50조원을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무조사 강화를 통해 마련한다는데, 이를 위해서는 세법이라는 합법적 무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세법은 들여다볼수록 어렵고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모든 납세자를 탈세범인양 다루고 있어 기분이 상한다.
우리 사회에는 성실하게 납세하는 자가 대다수다. 세법이 거친 숨소리를 내뿜을 대상은 탈세자다. 집을 지키는 개는 도둑을 보고 짖어야 한다. 집주인을 보고 으르렁대면 주인의 반감, 즉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쌓일 뿐이다. 더구나 일부 세법 조항은 납세자를 깔보고 있다. 대표적 조항 몇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가산금의 불합리한 구조다. 세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최초 3%의 가산금이 부과되고, 1개월이 지날 때마다 1000분의 12가 가산된다. 연율로 환산하면 17.4%[3%+ 14.4%(12/1000×12개월)]의 이자율이다. 납세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 국가로부터 돌려받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국세환급금인데 이때 이자 명목으로 붙는 것이 국세환급가산금이다. 이 경우 적용되는 이자율은 연 1000분의 34다. 은행 이자율로 보면 연 3.4%인 셈이다. 납세자가 제때 내지 않으면 17.4%를 붙여 징수하고, 많이 납부하면 3.4%만 붙여 돌려준다. 세상에 이런 갑과 을의 관계가 어디 또 있을까. 국가는 고리대금업자가 아니다.
둘째, 성격이 같은 세금 수정신고와 경정청구 기간이 다른 문제다. 세금을 신고할 때 실수로 적게 할 수 있다. 납세자가 이를 발견해 더 신고하는 것을 수정신고라고 한다. 이는 법정 신고기한 경과 후 5년 이내면 언제든 가능하다. 납세자가 실수로 세금을 더 납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나중에 발견하면 국가에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데 경정청구라고 한다. 그런데 경정청구는 법정 신고기한 경과 후 3년까지만 가능하다. 국가에 유리하면 5년, 불리하면 3년이라니 너무 속 보이는 놀부 심보 아닌가.
셋째, 납세자에게 과도하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문제다. 현행 상속법은 상속 개시일(사망일)로부터 소급해 2년 이내에 인출된 예금이나 재산처분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상속인이 입증토록 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세를 부과한다. 그런데 사람이 죽는 시점을 어느 누가 알 수 있는가. 자식(상속인)이라고 어찌 선친(피상속인)이 생전에 쓴 내역을 전부 알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세법에선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과세관청으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이런 식이라면 과세관청이 확보하고 있는 전산자료는 도대체 어디다 쓰려는 것인가.
부가가치세 또한 고약하다. 사업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 세금계산서를 받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공급자가 세금계산서를 늦게 발급해 줄 때가 있다. 이 경우 세법은 물건을 사들인 날짜에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입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한다. 아니 공급자가 세금계산서를 안 주는데 어찌 받을 수 있는가. 돈을 낸 구입자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단지 영수증 늦게 받았다는 죄로 가산세를 부담시키고 과세기간이 다르다며 매입세액도 공제해주지 않는다. 납세자를 봉으로 알아도 분수가 있지 이것은 너무 지나치다.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말했듯 납세자는 무질서한 사회보다 세금을 부담하더라도 사회가 안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 국가가 정한 법에 따라 세금을 성실히 내기로 '계약'을 한다. 그런데 세법이 대다수 성실한 납세자를 깔보는 것은 비뚜로 간 일탈행위다. 바로잡아야 한다. 세법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눈을 밑으로 깔아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의 불만이 줄어들고 원하는 세수도 얻을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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