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중국부터 브라질까지 최근 신흥국의 성장둔화는 일시적인 신호인가, 경제 악화의 조짐인가?
미국의 경제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성장세가 주춤한 신흥국들이 향후 경제에 대한 점검을 소홀할 경우 지속적인 성장 둔화는 자명하다며 최근의 슬럼프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신흥국은 산업화에 따라 급격한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저렴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이 같은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성장세는 급격히 꺾여 신흥국들의 평균 성장률은 2010년 이후 3%포인트 떨어진 5%대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이 같은 저성장이 보편적인 추세가 될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숨 고르기’인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신흥국 저성장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는지, 글로벌 경제 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하강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미국 부양책과 같은 일시작인 요인의 효과가 개발국에서 약화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수출 수요와 원자자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인도와 같은 국가들은 도시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생산성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고 고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비관자들은 개발국이 이미 산업화의 열매를 수확한 만큼 많은 신흥국들이 자본압박에 직면했다고 주장한다. 인구 고령화와 낮은 교육수준 등으로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안더스 오슬런드(Anders Aslund) 시니어펠로우는 산업화 과정이 끝났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1980~2000년 성장률인 3.5%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와 브라질의 경우 고임금에 따른 상품가격 인상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고, 중국의 경우 투자위주 성장모델이 공장 생산성 감소로 열기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또 많은 신흥국들이 부패의 수렁에 빠졌거나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IMF는 신흥국시장이 미약하지만 밝는 성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에서 2010년 이후 최저 성장률은 신흥국의 부양 패키지 종료와 같은 순화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향후 지속적인 저성장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성장률은 지난 15년간 평균 9.6%보다 하락한 7%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했다.
IMF의 칼파나 코차르 부총재는 신흥시장이 자산 버블 없이 성장할 수 있다면 최근 성장 둔화는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많은 아시아 신흥국은 과도한 부채가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히는 탓이다.
WSJ은 경제 전문가들이 향후 성장을 위해 신흥국에서 경제상황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중국은 생산성이 낮은 국영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보다 내수를 늘려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남아프리카와 터키, 인도 등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내수 투자와 저축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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