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FDI서 선진국 비중 40%로 추락…30년만에 최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올해 들어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선진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흥국보다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이날 발표한 '2013 세계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FDI 규모는 7445억달러(약 79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 늘었다.
그러나 전체 FDI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신흥국의 60%에 크게 뒤졌다. 글로벌 FDI 총액에서 선진국의 비중이 40%로 위축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UNCTAD는 이런 흐름이 가속화할 경우 선진국과 신흥국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경제 대국 독일·프랑스와 이탈리아·네덜란드의 FDI가 대폭 감소했다. 유럽연합(EU) 전체의 올해 상반기 FDI 규모는 지난해 동기보다 12.2% 줄었다. 미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FDI 규모는 무려 21.5% 급감했다. 지난해 국가별 FDI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은 올해 영국·중국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선진국 전체의 FDI는 올해 말까지 1조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인 2007년 2조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반면 영국의 경우 선진국에서 유일하게 FDI가 급증했다. 영국의 올해 상반기 FDI는 74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7%나 급증했다.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해외 투자 유치 등 영국 정부의 노력이 유효했던 것이다. 스페인의 FDI 역시 87.9% 급증한 200억달러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비용이 투자 매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선진국이 고전하는 사이 아시아 신흥국들의 FDI 규모는 빠르게 증가했다. 영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중국의 경우 상반기 FDI 규모가 67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었다. 같은 기간 인도는 34% 급증한 136억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63.4% 증가한 76억달러다.
아시아는 신흥국 FDI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선전했다. 전체 FDI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25%를 넘어섰다.
UNCTAD는 올해 상반기 신흥국의 FDI가 증가한 것과 관련해 아시아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기업의 직접투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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