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그림자' 정치권으로 끌고 온 건 민주당
-친노 세력 갈등으로 오히려 '과거 프레임'에 발목 잡혀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민주당이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권력기관의 정치 개입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민주당이 오히려 스스로 '과거'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끌고 온 '과거 프레임'이 스스로의 덫이 되고 있는 건, 야당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의 묵은 갈등이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세력은 지난 대선의 핵심축이었다. 지금도 당내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친노 세력은 핵심 현안에 대해 당내 지도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국정원 트위터 불법 개입 사건도 마찬가지다. 문 의원은 지난달 23일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대선 불공정' 성명을 발표했다. 문 의원의 독자적인 행동은 대선 패배 후 지도부에서 밀린 친노세력의 결집화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성명서는 곧바로 역풍을 불러왔다. 이렇다 할 반박 포인트를 잡지 못했던 여당은 '대선 불복'이라 규정지으며 맹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을 공격 포인트로 잡으면서 오히려 친노 대 비노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문 후보 대선캠프 상황실장이었던 홍영표 의원은 저서 '비망록'에서 지난해 11월23일 문 후보 측과 안철수 후보 측의 특사 회담에서 안 후보 측이 자신들의 여론조사 방안을 최후 통첩으로 제안하며 수용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이 이를 받으려 했지만 문 후보가 이긴다는 결과가 흘러들어가면서 안 후보가 갑자기 사퇴했다고 밝혔다. 또한 안 후보 측은 선거를 돕는 조건으로 '문재인ㆍ안철수가 완전히 새로운 정당 설립을 추진하고자 한다. 안 후보가 전권을 갖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측은 이 문제로 민주당과 공방을 벌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불쾌감은 감추지 않았다.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작년 대선 직후에 다 나왔던 얘기들"이라며 "지난 대선 이후에 다 언급되고 다뤄졌던 문제들인데 지금 다시 책으로까지 내서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가 힘든 상황이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지난달 11일 국가정보원 개혁 단일안을 협의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앞으로의 연대 움직임은 붙투명해졌다. 2012년 대선이 야권 재편의 발목도 잡은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오히려 2012년 대선이라는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10ㆍ30 재보궐선거에서 예상외의 참패를 당한 것도 이 같은 문제에서 기인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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