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민주당은 대선불복 프레임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여론 추이에 따라 대응 수위를 끌어 올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정원, 사이버전사령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움직임이 국정감사와 검찰수사 등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지난 대선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이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선결과를 불복하겠다는 입장은 경계했고 있다.
2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설훈 의원 등 일부 중진의원은 "선거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지만, 정호준 대변인은 곧바로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선결과에 대한 입장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 나오고 있다.
가령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조합과 싸우고 야당의 합리적 제안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묵살하고 무시한다면 우리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 아님’을 통보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전면적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대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23일 블로그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불복은 아니라는 뜻을 밝혔지만, 발언의 파장은 컸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대통령의 사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국정원장과 법부무장관 등에 대한 문책인사,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장의 복귀 및 수사전권 부여,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면서도 대선불복 움직임을 경계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첫째는 대선불복 단계로 가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는 생사를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선불복으로 넘어갈 경우 정상적은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현재의 태도를 유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관객들이 분노하고 주인공이 행동하길 바랄 때 그 분노가 들끓었을 때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관해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갖다 제시해야 한다하는 상황규정을 내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 의원 발언의 행간에는 국민들의 여론 수위에 따라 민주당의 대응 수준이 올라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민주당의 대응 수위는 우선 30일 화성갑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열세로 평가받던 오일용 민주당 후보가 당초 예상을 깨고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다면 민주당은 바람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감 이후에도 보다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감을 통해 국민들의 분노가 쌓여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단 민주당의 향후 부정선거 대응 전략은 여론의 흐름과 현 정부의 대응 수위에 따라 수위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