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불성실공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상장폐지된 것으로 집계되면서 불성실공시에 대한 제재 수준을 더 강화하고, 허위공시나 반복위반에 대한 제재 가중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기정 의원(민주당)이 24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불성실공시를 2회 이상 한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끝내 상장폐지로 이어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피의 경우 총 39개 기업이 2회 이상 불성실공시로 거래소로부터 공표 및 제재 조치를 받았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0개 기업이 상장폐지로 이어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2회 이상 불성실공시 기업 125곳 가운데 68.8%인 86곳이 상장폐지됐다. 전체로 보면 164개 기업 중 106개(64.6%)에 달한다.
불성실공시는 기업의 중요경영사항 등의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한 경우(공시불이행), 공시한 내용을 취소 혹은 부인하는 경우(공시번복), 공시한 내용 중 일정규모 이상을 변경하는 경우(공시변경)에 해당한다.
강 의원은 "언뜻 보면 허위공시가 아닌 이상 경미한 실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절반 이상이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것을 볼 때 실제로는 불성실공시가 단순히 일회성 위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불성실공시 공표 7일 경과 후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경우가 코스피는 111건 중 26건(23.4%), 코스닥은 344건 중 96건(27.9%)에 달했다. 불성실공시 4곳 중 1곳은 공표 후 일주일 만에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는 의미다.
특히 시장경보제도에 따라 경보를 발령하는 경우, 투자경고의 경우 464건 중 358건(77.16%), 투자위험의 경우 51건 중 31건(60.78%), 매매거래정지의 경우 73건 중 33건(45.21%)이 지정 7일 후에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
강 의원은 "이같이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끼치는 불성실공시에 대한 거래소의 제재는 매우 경미한 상황"이라며 "2008년 이후 거래소의 불성실공시 2회 이상 기업에 대한 제재 내용을 살펴보면, 코스피의 경우 111건 중 단 27건에 대해서만 제재금이 부과됐고 평균 액수는 943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코스닥도 344건 중 82건에 대해서만 제재금이 부과되고 평균 액수는 1091만원에 그쳤다. 금전적 제재가 4건 중 1건 정도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는 법규의 미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강 의원의 지적이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라 한국거래소에서 부과될 수 있는 최고한도의 제재금은 1회당 9000만원, 총액 1억원 수준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공시위반에 대한 과징금으로 최대 2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2008년 이후 총 기업(개인) 298곳에 대한 총 331건의 금융위 제재를 살펴보면, 평균 과징금 금액이 1억4953만원에 달하며 법정 최고액인 20억원을 부과한 경우도 3건이나 된다.
강 의원은 "만약 경영진이 불성실공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상장폐지로 이어졌을 정도로 기업 환경이 나쁜 것을 미리 알았다면 공표 이전에 충분한 조치를 취해 손실을 보전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불성실공시에 대한 제재 수준을 더 강화하고, 허위공시나 반복위반에 대한 제재 가중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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