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이지영(삼성). 지난해 최재훈(두산)이 가장 부러워한 선수다. 무엇보다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에 동경의 눈빛을 보냈다.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밑바탕을 만들었잖아요. 올해는 제가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 탐을 낼만 했다. 도박이란 우려 속에 베테랑 진갑용 대신 주전 포수마스크를 썼는데 1차전에서 윤성환과 함께 SK 타선을 1점으로 틀어막았다. 2대 1로 앞선 7회 공격에선 좌전안타로 쐐기 득점도 올렸다. 이지영은 5차전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윤성환과 다시 배터리를 이뤄 1점만을 허용했다. 1회 수비에서 2루 견제 실책을 저질렀지만 4회 2사 1, 3루 위기에서 상대의 이중도루를 보기 좋게 저지했다. 4경기에서 타율 0.300(10타수 3안타)을 남기는 등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뽐냈다. 그 덕에 이지영은 올 시즌 초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키 플레이어로 꼽혔다. “지난해 진갑용과 이지영의 출장 비율이 7대 3이었다면 올해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사령탑의 공언대로 이지영은 올 시즌 54경기의 2배가 넘는 113경기에 출장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누빈 최재훈은 아직 많은 경험을 쌓지 못했다. 지난해와 올해 69경기와 60경기를 각각 소화하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그 역시 가을야구에서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고 있다. 주전 양의지의 허리 부상으로 잡은 기회에서 연일 제 몫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빼어난 도루 저지와 몸을 사리지 않는 블로킹으로 수비에 안정을 불어넣는가 하면 매서운 타격으로 팀 공격을 주도한다.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9경기에서 총 7개의 안타를 때렸는데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선 역전 결승 홈런도 쏘아 올렸다. 거듭된 맹활약에도 최재훈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한다. “아직 멀었죠.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마음을 먹게 되면 여기서 안주하게 되거든요.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재훈은 일찍부터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덕수고를 졸업한 2008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으나 당시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으로부터 단번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0년 입대한 경찰야구단에서 기량은 큰 성장을 이뤘다. 2011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47 12홈런 59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수비에서도 비교적 안정됐단 평을 들었다. 당시 타율 경쟁을 벌였던 상무의 이지영(타율 0.332, 38타점)은 그보다 3살 많은 형이다. 경성대를 졸업한 2008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합류, 최재훈과는 프로 입단 동기가 됐다.
비슷한 수순을 밟은 둘의 활약은 1군에 오르기 전부터 적잖게 비교됐다. 두 선수 사이 적잖은 견제가 발견될 정도다. 최재훈은 “덕수고 시절 경성대와 남해야구장에서 훈련을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지영이 형의 플레이가 유독 돋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지영이 형이 빛났다면 올해는 내 차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시리즈를 벼르는 건 이지영도 마찬가지. “두산의 기동력을 잘 안다.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상대가 뛴다면 무조건 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을 재현, 풀타임 출장 첫 해 남긴 부진(타율 0.239 18타점 27득점)을 반드시 만회하겠단 각오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