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에 범위확대 건의…"800억 기준으로 하면 기업 800여곳 혜택 잃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 연 매출 기준을 당초 15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낮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가 새로운 기준을 건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기준을 3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2일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모아 중기청에 전달할 것"이라며 "3000억원이라는 기준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내부 의견을 잘 조율해 안을 마련하라"며 기준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중기청이 중소기업의 새 기준을 정한 것은 지난 16일 마포 DMC타워의 공청회를 통해서다. 이날 중기청은 제조업과 도ㆍ소매업 등은 800억원, 운수ㆍ방송ㆍ정보통신은 600억원, 숙박ㆍ음식ㆍ금융ㆍ예술 등의 업종은 400억원 이하만을 중소기업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잠정안을 내놓았다. 사실상 기존 1500억원이던 기준을 절반으로 끌어내린 셈.
중소기업 범위를 확대하기를 원했던 중기중앙회의 요청과는 반대로 간 셈이다. 중소기업계는 30년 전 중소기업기본법이 만들어질 당시 무역 규모는 100억~200억달러에 불과했던 만큼 1조 달러 시대를 맞은 현재 중소기업 범위를 3000억~5000억원으로 확대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로만손, 제닉, 광명전기, 파인드라이브 등을 비롯해 800여개 기업이 중소기업 혜택을 잃게 돼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중소기업 CEO는 "한 쪽으로는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면서 또 한 쪽으로는 중소기업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대기업들도 힘든데 매출 1000억원도 안 되는 기업이 외국 기업들과 어떻게 대적할 수 있겠나"고 반발했다.
'800억원'이라는 기준의 근거도 모호하다. 유럽(EU)의 중소기업 범위인 5000만 유로가 한화로 약 770억원이라는 게 중기청이 제시한 이유의 전부다.
중기청이 중기의 반발을 어디까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중소기업 범위는 중견기업의 범위 기준과도 연계되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 변태섭 중기청 과장은 "최종안을 내놓기 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연매출 800억원의 경계에 서 있는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가장 중점적으로 취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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