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발전 다 좋지만 안전이 최우선"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진에어가 2차 성장기에 들어간다. 급성장 중인 저비용항공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10년을 내다본 중장기경영계획 수립에 나선다.
지난 18일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진에어 본사를 찾았다. 진에어의 본사는 대한항공 교육훈련센터 3층 전체가 전부였다. 11대 항공기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1위 자리를 다투는 항공사치고는 조촐했다.
직원들은 각자의 업무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대표이사실이 나왔다. 세계지도와 모형 진에어 항공기를 장식이라 한다면 깨끗한 방안은 책상과 회의용 탁자가 전부였다. 취재진을 맞는 마원 대표의 얼굴에 머금은 웃음만이 입에 넘쳤다.
◇안전정책이 최우선 = 환담을 나누는 동안 눈에 띈 건 집무실 한 쪽 벽에 걸린 '안전정책'이었다. 어느 회사든 사훈이 걸렸어야 할 자리였다. 진에어의 안전을 위해 성심 봉사하겠다는 내용 끝에는 마 대표의 사인이 자리했다.
마 대표는 "항공사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직원들 모두 이같은 안전서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는 안전기준도 대한항공과 동일하다. 진에어의 조종사는 13개월간 별도의 교육받아야 조종석에 앉을 수 있다. 다른 항공사의 경우 5~6개월 정도가 고작인 것과 비교된다.
마 대표는 "고비용이 소요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출범 이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운영위원회로부터 국제항공안전평가(IATA Operational Safety Audit, 이하 IOSA) 인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IATA는 외부 감사업체를 통해 항공사 일반 조직, 운항, 운항 통제, 객실, 정비, 화물 운송, 항공 보안, 여객 운송 등 8개 부문 1000여개 항목에 걸쳐 2년에 한 번씩 감사해 인증서를 발급한다.
마 대표는 취임 후 기존 안전보안팀을 실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그는 "안전보안실은 어쩌면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언제든 'NO'라고 외칠 수 있는 곳"이라며 "성장, 발전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치앙마이 이어 다바오 등 신규 노선 확보 = '안전' 다음은 '수익'이었다. 저비용항공사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항공권 가격이 낮은 항공사를 의미한다. 대형항공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펼치며 똑같은 항공기를 띄우더라도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야 하기에 수익 창출은 회사 존속과 이어진다.
먼저 마 대표는 수익 확대를 위해 "진에어 만의 노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진에어보다 선발주자들이 확보한 노선들은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비엔티안 노선처럼 진에어 만의 노선이 확보된다면 수익 확보에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 대표는 취임 후 인천-나가사키와 함께 일본 센다이, 중국 웨이하이 등을 신규 취항지로 손꼽았다.
하지만 아직 일본 지진여파에 따라 센다이를 찾는 관광객 수가 많지 않다. 중국 웨이하이는 진에어의 중국 노선 중 하나인 옌타이와 묶어 운항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두 노선 모두 연내 취항계획을 접었다.
대신 태국 치앙마이를 택했다. 마 대표는 "치앙마이의 경우 주 4회 운항 후 수요에 따라 주 7회로 증편할 계획"이라며 "홍콩과 마카오도 승객들이 매일 탈 수 있게 항공기를 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필리핀 다바오 등도 신규 취항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자본 유입, 국내 LCC에 큰 위협= 다만 이같은 노력 속에서도 외국계 항공사의 국내 진출 등 갖가지 어려움이 많다고 마 대표는 토로했다.
마 대표는 "외항사들은 우리나라와의 연결 노선을 점차 늘려가고 있고,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항공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LCC는 현재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형 LCC는 외국계 LCC와 달리 대형항공사 대비 50~70% 정도 낮은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하지만 대형항공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외국계 LCC는 물 한 잔도 유료로 제공하면서 항공권 가격을 대거 낮춰 판매한다. 외국 자본이 시장 진입을 위해 저렴한 항공권을 남발한다면 현재도 적자를 겨우 면하고 있는 한국형 LCC이 설 자리는 없다.
특히 국적항공사의 지위로 정부가 배분하는 운수권까지 획득한다면 한국의 LCC는 역사 속의 유물이 될 수 있다고 마 대표는 지적했다.
◇10년을 내다본 로드맵 만들겠다 = 마 대표는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시장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진에어에도 중장기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가 작을 때는 사람에 의존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며 "이제는 10년 뒤의 모습을 미리 예측하고 각 부문별 시스템 경영을 해야할 단계"라고 분석했다.
이는 진에어의 2차 성장기가 다가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기존 진에어가 생존을 위해 국내 LCC와의 경쟁을 펼쳤다면 이제는 아시아 하늘 길로 영역을 넓힐 때가 찾아온 것이다.
진에어의 중장기 로드맵에는 기내식 유료화 등 각종 서비스의 유료화를 통한 항공요금 인하방안이 가장 먼저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형 LCC에서 외국형 LCC로의 전환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볼 수 있다.
또 해외발 한국 여행객들을 적극 유치하는 방안이 고려될 전망이다. 현재 진에어를 비롯한 LCC들은 중국인 한국 여행객 유치를 통해 올 상반기 흑자를 냈다.
여기에 인터넷 홈페이지 예약시스템 등 각종 IT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마 대표는 "이같은 방안들이 고려될 수 있으나, 아직 확정된 로드맵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미래상을 이루는 퍼즐 조각들을 하나 둘씩 맞춰가고 있지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에는 아직 고민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다만 진에어는 유니폼에서부터 항공권 가격까지 우리나라 항공시장에서 항상 파격적인 트렌드를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마 대표의 고민에 결과물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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