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난데없이 동물들이 등장했다. 서울대공원의 20억원짜리 멸종위기종 로랜드 고릴라 구입과 7억원 짜리 돌고래 제돌이 생태계 복귀 프로그램이 쟁점이 된 것이다.
로랜드 고릴라가 국감장에서 화제가 된 것은 '성과급'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서울대공원은 몇년전부터 기존에 기르고 있는 국내 유일의 로랜드 고릴라 암컷 '고리나'의 대를 잇기 위해 숫컷 로랜드 고릴라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 고리나의 짝이었던 수컷 '고리롱'이 30세의 고령으로 폐사하면서 멸종위기종으로 세계적으로 몇 마리 남아 있지 않은 로랜드 고릴라의 번식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워낙 귀한 탓에 어려움을 겪다가 2009년부터 3년여에 걸친 협상과 노력 끝에 지난해 말 영국 포트림동물원으로부터 수컷 로랜드 고릴라 '우지지'를 무상임대하는데 성공했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3월부터 고리나와 우지지를 함께 관람객에 공개해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가 로랜드 고릴라의 무상 임대에 성공한 공을 인정해 담당 부서에 격려 성과급 1000만원을 지급한 것이 탈이 된 것이다. 서울시는 로랜드 고릴라의 경우 멸종위기 1등급 동물이라 국제적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가격을 특정하긴 힘들지만 멸종위기 동물의 가치로 판단했을 때 약 20억원의 예산 절약 효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했고, 수년간 노력한 담당 부서의 공로를 위로하기 위해 성과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판단은 달랐다. 임내현 민주당 의원(광주 북을)은 "로랜드 고릴라는 세계적으로 거래가 된 적이 없기 때문에 구입 예산으로 20억원으로 책정을 한 근거도 없다"며 "처음부터 무상임대로 추진했음에도 이를 구입을 추진하려다 무상임대로 전환했다는 거짓 주장으로 예산 절감의 사례가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올해 제주도 앞바다에 방사해 많은 화제가 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도 이날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제돌이는 지난 2009년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 앞바다를 헤엄치다 어민들이 쳐놓은 망에 걸려 불법 포획됐고, 서울대공원은 바다사자 2마리와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제돌이를 데려와 돌고래쇼에 투입했다.
그러다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불법포획 사실이 알려지자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이후 서울시는 악 7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야생적응훈련을 시킨 후 지난 7월 야생방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갤럽이 지난 8월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서울시가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낸 것은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52%로 조사됐었다.
그러나 제돌이는 국감장에서 국회의원들에 의해 다시 '도마' 위에 올라 "이벤트성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의 소재가 됐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제돌이 방사 프로젝트에 대해 "시장이 시민의 세금으로 시를 운영하면서 공공의 이익과 정책의 효율성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없는 이슈 위주의 이벤트성 전시행정을 강행했다"며 "서울시가 부담한 방사비용 7억5100만원이면 저소득층 486가구 한달 생활비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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