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이유 따져보니
고용질·임금 수준이 관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박근혜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방안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는 고용률 70% 달성에 필수적인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이 마뜩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확대될 경우 고용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어 실제 이 제도가 확대되기 전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정부의 구상은?= 지난해 기준 149만개로 추산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2017년까지 242만개로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 측면에서 현재까지 나온 방안은 인건비ㆍ사회보험료 지원ㆍ세제혜택 확대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정부는 기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는 인건비 한도를 월 6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올렸다. '양질의 일자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업주가 지불해야 하는 국민연금ㆍ고용보험 보험료 부담분을 전액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신설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는 1명당 50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확대됐다.
◆"지원내용, 이전 정부와 큰 차이 없어"= 현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은 확실히 지원규모면에서 이전 정부보다 확대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위한 지원 실적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이 사업을 통해 인건비를 지원받은 사업장은 총 548곳에 불과했다. 근로자도 1913명에 그쳤다. 컨설팅 사업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 사업에 28억 5000만원을 투입했지만 창출된 일자리는 647개에 불과했다. 당시 컨설팅을 받은 281개 업체는 총 7127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제시했지만 결과는 목표치의 9%에 불과한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편성된 예산 중 50%를 쓰지 못한 고용부의 대표적 성과 부진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임금 수준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사업을 지원받은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7057원으로 지난 2011년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인 1만5289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최저임금의 130% 이상만 넘으면 요건을 충족하는 등 애초부터 지원요건이 낮게 설정돼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질 낮은 일자리만 양성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전 정부 정책과의 차별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비용 관리에 민감한 기업 입장에선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는 한 시간제 일자리를 무턱대고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기업들은 전일제 임시직, 간접고용직 등을 통해 이미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비례보호의 원칙에 따라 4대 보험 등을 챙겨줘야 하는 시간제 근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용률 70% 달성은 장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총량 확대,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늘리는게 맞다"며 "시간제 일자리는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보장이 확대되는 문제와 더불어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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