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삼성일가가 2005년 친족분리된 기업에 지속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감몰아주기 제재는 총수일가와 그 계열사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있어 사실상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호창 의원(무소속)은 15일 오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는 삼성일가에서 친족분리 된 후 삼성전자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그동안 성장해왔다"고 밝혔다.
영보엔지니어링은 휴대폰 배터리팩 및 헤드셋 전문생산업체로 1998년 설립됐다. 이 업체의 최대주주인 김상용 대표이사는 이건희 회장과 3촌 관계로 모친인 이순희씨는 이건희 회장의 셋째 누나다. 그 역시 영보엔지니어링의 지분을 갖고 있어 삼성의 계열사가 돼야 하나 2005년 공정위를 통해 친족분리됐다.
영보엔지니어링은 친족분리 후 삼성전자와의 거래(배터리팩은 10~30%, 헤드셋은 약 40% 납품)를 통해 급성장했다. 삼성전자와의 연결매출 비중은 지난 2011년 99%, 지난해 97%에 달한다.
송 의원은 김 대표의 또 다른 회사인 애니모드 역시 삼성전자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애니모드는 휴대폰 케이스 제작업체로 2007년 설립 이후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용 케이스를 독점 생산해 2011년 400억원에서 지난해 901억원까지 매출이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4배 정도 늘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거래에 있어 최고 수준의 품질과 기술력 보유를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의원은 이와 더불어 공정위가 친족분리 사실조차 몰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는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친족분리된 회사를 계속적으로 감시해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영보엔지니어링의 친족분리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2005년 심사 당시 관련자료도 남아 있지 않아 당시 심사 요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재와 비교되는 판단기준도 모호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친족분리는 절차상이나 논리적으로 계열사임을 전제로 하므로 계열편입된 후 분리가 돼야 하지만 2005년 당시 영보엔지니어링은 자진신고와 설립시부터 친족분리 요건을 충족하면서 독립경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고 등 별다른 조치없이 친족분리됐다. 이를 두고 공정위는 "위장계열사 자진신고와 친족분리 신청이 동시에 이뤄져 계열편입 절차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송 의원은 "적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다해도 증권거래법 위반 문제가 있다"며 "2005년 7월부터 1년 간 삼성전자의 기업공시 중 계열사 분리에 영보엔지니어링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당시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족분리될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의원은 "공정위의 개정법은 총수일가와 그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만을 규제한다"며 "친족분리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제재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친족관계가 아니었다면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영보엔지니어링이 설립직후 바로 삼성전자에 납품할 수 있었을 지 의문"이라며 "친족분리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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