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폰 공급가격 양보 미국 진출 재개 길 열어줘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위기에 빠진 팬택을 위해 미국 1위 이동통신 사업자 버라이즌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물량 공급 기회를 얻은 팬택은 내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버라이즌과 신규 모델을 공급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가가 맞지 않아 실패했던 미국진출이 극적으로 재개된 것이다. 팬택 관계자는 "가격이 맞지 않아 모델 출시를 포기했는데 버라이즌이 양보하면서 물량 공급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량은 많지 않지만 미국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팬택에 신뢰를 보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다.
버라이즌에 공급키로 한 모델은 C781T라는 방수폰으로, 미국에서 100만대 이상 팔린 흥행작 C781의 후속 모델이다. 팬택은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 방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일본시장에는 2010년 au PT001, 시리우스 알파, 미라크 등의 방수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일본 2위 이동통신사인 KDDI와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해 미국시장에 선보인 방수 태블릿 '엘리먼트'는 수심 1m에서도 작동하는 기술을 시연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발머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은 C781T는 팬택의 글로벌 행보에 가속을 더할 것으로 기대했고,박 전 부회장도 사퇴하기 전 미국 출시를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 관계자는 "버라이즌에 물량을 공급키로 하면서 휴직에 들어갔던 직원들도 복귀했다"며 "버라이즌이 우군으로 나서준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팬택과 버라이즌은 2002년 미국의 휴대폰 단말기 공급회사인 '오디오박스'를 통해 첫 인연을 맺었다. 2010년에는 버라이즌이 LTE 상용서비스를 시작함과 동시에 LTE 데이터카드 '팬택UML290'을 첫 출시하고 다음해인 2011년 LTE 데이터카드 100만대 판매를 바라볼 정도로 버라이즌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팬택측은 "해외사업은 축소하고 있지만 수익을 담보해준다면 개발하던 해외 모델을 접을 이유가 없다"면서 "해외 파트너가 물량 공급을 요청하면 최대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팬택은 지난 1분기 78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2분기에는 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10%도 위태로운 상황을 맞으며 고강도 사업 구조 개선을 단행해 지난 1일부로 800여명의 직원에 대한 6개월 무급휴직을 단행했다. 지난 10일 '대화면 펜'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노트를 출시하고 이마트 전용 알뜰폰 추진에 나서는 등 올 4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 일정 규모의 판매량만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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