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아시아경제 김근철 특파원] 미국 정부의 일시폐쇄(셧다운)가 14일째를 맞은 가운데 상원의 여야 대표가 셧다운과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안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14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미국 정치권의 예산 전쟁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셧다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여야 상원 대표의 중재안 마련=지난 주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공화당 하원 지도부 간의 협상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정부부채 임시 증액 방안만을 제시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셧다운까지 포함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버텼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간 협상 채널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여야의 강경파가 해법을 찾지 못하자 온건파 리더에게로 기회가 넘어온 셈이다. 이들은 14일에도 연쇄접촉을 갖고 셧다운과 디폴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패키지 중재안의 가닥을 잡아갔다.
리드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상원 전체회의에서 “셧다운과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합의안이 거의 완성된 상태”라면서 “이번 주 안에 합리적인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데 매우 낙관적”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매코널 대표도 “리드 의원의 언급에 동의한다”며 이견이 상당히 좁혀졌음을 시사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들이 마련한 중재안은 현재 수준의 임시 예산을 내년 1월15일까지 편성하는 한편 사흘 앞으로 다가온 정부 부채 상한도 내년 2월15일까지 한시로 증액, 셧다운과 디폴트 우려를 해소한 뒤 일정 기간 내에 관련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화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도 일부 손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핵심 쟁점이었던 의료 장비에 대한 과세를 늦추거나 오바마케어 수혜자의 소득 증명을 강화하는 방안이 양보 카드로 등장했다.
◆백악관 회동 연기하며 막판 조율=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의회 지도부와의 백악관 회동을 잠정 연기했다. 상원 여야 대표가 중재안을 완전히 마무리한 뒤 이를 백악관 회동에서 추인하는 절차를 밟기 위한 배려였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상원 지도부의 협상에서 중요한 진척이 이뤄지고 있고 이들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해 회동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여야의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베이너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백악관으로 불러 최종 협상에 나설 예정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외부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상원 쪽에서 뭔가 진전이 있는 것 같다. (백악관 회동 때까지) 합의 정신을 잘 살려내길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물론 마지막까지 공화당에 대한 압박도 잊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당파적인 관심사를 옆으로 밀어놓지 않는다면 미국은 디폴트에 처할 공산이 크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일어나면 엄청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증시는 이미 셧다운 이전 상태=지난 주말 협상 결과에 실망한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뉴욕 증시는 이날 약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여야 상원 대표의 중재안 타결 임박 뉴스가 전해지면서 주요 지수는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0.42% 상승, 1만5301.26을 기록했다.
이는 셧다운을 앞둔 지난달 24일 기록한 1만5334.59와 비슷한 수치다. 재정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와 저가 매수심리가 겹치면서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이날 각각 0.62%와 0.41%씩 오르며 셧다운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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