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지주회사의 은행경영 불간섭에 대해 금융지주 회장이 아닌 은행장에 추궁하는 것이 맞나요? 과연 현실성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오는 17일과 18일에 각각 열릴 예정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감에 대한 증인 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지주회사의 은행경영 불간섭 문제와 관련해 은행장을 증인으로 세워 신문하겠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이 은행장을 부른 취지다.
그런데 여기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대기업 그룹의 회장이나 총수의 경영상의 문제점에 대해 계열사 사장을 불러 알아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장직을 내놓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고선, 누가 과연 국감장에서 총수나 회장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은행장도 마찬가지다. 설령 금융지주 회장의 은행경영 불간섭에 대해 은행장이 불만이 있더라도 국감 자리에서 이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며칠 전 만난 은행권 관계자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증인 채택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금융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4대 금융그룹의 회장들이 증인에서 빠진 것부터가 문제"라며 "회장 대신 은행장들을 불러 놓고 금융지주회사의 은행경영 불간섭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융위와 금감원 국감은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8개월간의 금융정책의 공과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감사를 받는 자리다. 정무위는 36명의 증인과 8명의 참고인에 대한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양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금융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번 금융권 국감의 최대 이슈는 동양그룹이기 때문에 4대 금융그룹에 대한 정무위의 관심과 감사강도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금융위와 금감원 국감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최근 금융소비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몰고 온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증인 출석여부다.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조석래 효성그룹회장도 불법 차명거래와 관련해 증인 출석요구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이혜경 부회장과 조석래 회장은 내달 1일 종합감사에 추가 증인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감에 대한 수박 겉핥기 우려가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벼락치기 일정 때문이다.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국회가 꼼꼼하게 제대로 감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새정부의 첫 국감은 오늘(1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20일간 실시된다. 올해 국감은 대상 기관이 지난해보다 73곳이나 늘어난 630곳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면 16개 상임위원회가 보름 동안 50곳을 감사해야 한다. 금융위와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감사하는 정무위의 국감일정도 녹록하지 않다.
국감의 원래 목적은 정책감사에 있다. 이번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국감이 여야 의원들이 정치 현안을 놓고 싸움이나 벌이는 정치감사에 그칠지, 아니면 내실 있는 국감이 될지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 같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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