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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아직 단기전 '스몰볼'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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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아직 단기전 '스몰볼'은 이르다 박병호[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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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잠실 원정은 실패였다. 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둔 넥센이다. 다 잡은 승기를 놓쳤다. 마운드는 제 몫을 했다. 2경기에서 6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문제는 타선. 결정력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다.

넥센은 3, 4차전에서 4점을 뽑는데 머물렀다. 안타 18개를 때리고 볼넷 5개를 골랐지만 응집력 부재에 발목을 잡혔다. 상대의 상식 밖 실책까지 있었단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뼈아픈 결과다. 넥센은 승리를 거둔 1, 2차전에서도 7득점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직전까지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3일 문학 SK전에서 6득점했고, 4일 광주 KIA전에서 8득점했다. 물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대전 한화전에선 데니 바티스타의 호투에 막혀 1점을 얻는데 머물렀다.


다수 전문가들은 득점력 부재의 원인으로 바닥난 체력을 꼽는다. 선수단은 정규시즌 마지막 5경기를 원정에서 치렀다. 휴식 없이 네 도시를 옮겨 다녔는데, 일정은 창원, 인천, 광주, 대전 순이었다. 혹독한 여정을 소화한 선수단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적잖은 선수들은 체력 고갈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선수는 “원정경기를 계속 하는 건 그렇다 해도 인천에서 광주로 다시 내려갈 땐 정말 너무 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는 “5일간의 일정에서 선수 대부분의 컨디션이 뒤죽박죽이었다”고 했다.

문제는 그 뒤다. 체력이 고갈된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기 쉽다. 큰 경기에 대한 긴장까지 더 해져 타격감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편안한 타격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넥센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다양한 작전 소화에 몇몇 선수들의 타격 페이스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넥센, 아직 단기전 '스몰볼'은 이르다 장기영[사진=정재훈 기자]


한 관계자는 “이번 준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바쁜 건 감독도 선수도 아닌 최만호 3루 주루코치”라며 “타자가 출루한 때마다 공 하나하나에 사인을 낸다. 주자는 그렇다 해도 타자의 타격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넥센은 정규시즌 홈런 1위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작전을 꺼내거나 루상의 주자가 과욕을 부린다”고 밝혔다.


3, 4차전에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염경엽 감독은 목동구장보다 넓은 잠실구장에서 철저하게 스몰볼을 했다. 물론 상황이 그렇게 흐르기도 했다. 한 점차 승부가 거듭돼 희생번트에 기대어 한 점을 내는 야구가 연일 반복됐다. 사실 이 때문에 승부에 애를 먹은 건 넥센보다 두산이다. 지키는 야구 탓에 김현수 등 주축타자들이 일찌감치 더그아웃을 지켰다.


넥센은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전개된 살얼음판 승부에서 번트와 도루를 자주 꺼냈다. 승부수는 대부분 빗나갔다. 상대 포수 최재훈의 어깨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더구나 넥센 타자들은 번트에서 안정감을 보이지 못했다. 많은 타자들이 파울, 헛스윙 등으로 적잖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다음 스윙에선 바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3차전 연장 11회 공격이 대표적인 예다. 넥센은 무사 1루에서 상대 구원 윤명준의 실책으로 순식간에 무사 3루를 맞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앞선 번트 실패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놓인 서건창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후속 장기영마저 볼카운트 2-2에서 푸시번트를 하다 삼진으로 돌아섰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번트는 벤치의 작전이 아닌 타자 스스로의 판단이었다. 상당한 중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스몰볼을 택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넥센, 아직 단기전 '스몰볼'은 이르다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3, 4차전에서 넥센이 번트를 통해 뽑은 점수는 1점이다. 희생의 가치가 매우 낮았다고 할 수 있다. 번트는 득점 찬스로 연결되지 못하기도 했다. 공이 투수 앞으로 빠르게 굴러가거나 포수 바로 앞에 떨어져 1루 주자가 아웃을 당했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경기 전 따로 번트 연습을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프리배팅에서 처음 날아오는 공에만 번트를 댔다. 이에 한 야구관계자는 “SK를 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은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 번트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다. 경기 뒤 수백 개의 공을 가져와 나머지 훈련을 시켰다”며 “넥센은 아직 번트에 능숙하지 않은 팀이다. 굳이 스몰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작전 실패는 곧 중심타선에 부담이 된다. 한 점차 승부가 지속된다면 더욱 그렇다. 큰 타구를 날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윙이 커지게 된다. 마해영 해설위원은 “한 점을 짜내야 하는 상황이 거듭 실패로 돌아가면 중심타자들은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식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병호와 강정호는 1, 2차전에서 상대가 정면승부를 피해 타격감이 크게 떨어졌다.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그들에게 편안한 타격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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