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캐어·예산안 등 정치권 갈등 심화
오바마-의회 지도부 긴급회담도 결렬
부채한도 협상·양적완화 축소 등 불안요소 여전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악재 작용 ↑
“찻잔 속 태풍” VS “일 커질 수 있다” 팽팽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폐쇄(셧다운)가 엿새 째를 맞은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여의도 증권가의 표정이 심각해지고 있다. 당초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기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셧다운 이후 지난 2일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간 긴급회담이 입장차 속 결렬된 데다 다가올 부채한도 협상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까지 악재가 될 요소들이 많다는 점도 부담인 상황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오후 미국의 셧다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코스피는 큰 동요 없이 강보합권에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1일 1.91포인트(0.10%) 상승한 지수는 2일에도 0.60포인트(0.03%) 오른 1999.47로 장을 마쳤다.
미국발 리스크에도 외국인들이 매수우위 행진을 이어나갔고 2일에는 개인도 힘을 보태며 선전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1980년대 이후 11차례 이뤄졌던 셧다운 때와 같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거라는 전망이 중론을 이뤘다.
문제는 증시를 출렁이게 할 미국의 잠재 위험요소들이 셧다운 장기화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지에선 오는 17일 전까지 부채상한선을 높이는 정치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헬스캐어와 예산안 심의 등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셧다운 복구가 길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특히 부채한도 협상은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치명적일 수 있는 중요한 이슈”라며 “셧다운 장기화 등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슈가 회복세에 있는 글로벌 경기흐름을 반전시키는 구조적 충격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도 여전히 시선이 쏠리는 부분이다. 지난달 FRB의 양적완화 기조 유지가 발표되면서 한숨은 돌리긴 했지만 축소를 둘러싼 의문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다음달에는 지난 8년간 재임한 벤 버냉키 의장의 후임 결정도 예정돼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갈등의 매듭이 풀릴 여지가 여전하고, 미국 정치권 역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건 원치 않기 때문에 예상보다 사태가 조기에 일단락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굵직한 현안들이 극단적으로 전개되지만 않는다면 시장에 주는 충격 자체는 크지 않을 거라는 진단이다.
이지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셧다운만 놓고 보면 과거 평균지속일인 6일을 넘길 경우에도 지수가 상승시현한 게 총 7회 중 5회로 70% 이상을 차지했다”며 “추가적으로 부채한도 협상 등이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경우 주가 박스권이 하향 돌파할 수 있지만 상황이 급반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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