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4대강 사업으로 수질 악화될 수 있다고 봤음에도 강행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사실이 문건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 확보 및 수질개선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들을 속인 채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는 것 역시 확인됐다.
이미경, 박수현, 임내현, 윤후덕(이상 민주당) 의원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6월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운하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6개월이 안 된 시점에서 4대강 수심에 대한 지시를 내림으로써 대운하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했음을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의원들은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근거 문건을 요청했으나 감사원으로부터 받을 수 없음에 따라 역으로 국토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서 해당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12월2일 "4대강의 최대 수심을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자리에 있었던 균형위는 대통령에 4대강 수심을 2~3m 수준으로 굴착해야 한다고 보고 했지만, 대통령은 최대 수심을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또한 12월16일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하상준설(최소수심)은 3~4m 수준으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소수심 3~4m는 유람선이 다닐 수 있는 최소수심이기 때문에 대운하에서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시라고 설명했다. 즉 대통령은 국민들에게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심 깊이에 관한 지시를 내림으로써 4대강 사업을 통해 대운하를 비밀리에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증거는 국토부 문건에서도 확인됐다. 2009년 2월8일 4대강살리기기획단이 작성한 현황보고에 따르면 4대강 준설 깊이 결정 시 고려사항으로 "(뱃길복원) 역사적 뱃길복원 도시 내 유람선 운행구간은 선박운행이 요구되는 수심(3m 내외)과 수로폭(50~100m)"이라고 명시했다. 또 다른 현황보고에서는 "보 위치, 준설 등은 추후 운하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가 4대강 준설 및 보 건설 계획을 수립하면서 대운하 추진을 염두에 뒀음을 살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이 수자원 확보 및 수질개선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허위였다는 것도 이번에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수자원 확보와 수질개선 등 4대강 사업의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이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등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업을 진행했다는 사실 역시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국토부는 수자원 확보와 관련해 "보는 연중 일정수심을 유지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수자원확보 효과는 거의 없음"이라는 의견을 가졌던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또한 확보된 물을 상수원으로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보는 중하류의 깨끗하지 못한 물을 저류함에 따라 상수원 활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가졌던 것이 확인됐다. 또한 "중하류는 대도시, 공간 등의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물 순환이 없을 경우 수질악화가 우려된다"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었던 것이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 외에도 "준설로 인한 수위저하, 보 설치로 인한 수위상승 등 인위적 변화로 인한 지하수위 변동 및 취수장애 우려" 등의 가능성이 있음을 파악했다.
또한 대형공사 입찰 방법과 관련해서도 국토부는 담합비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를 감추려 했던 것이 확인됐다. 국토부는 '4대강 언론 홍보지침'이라는 문건을 통해 "턴키공사 시 낙찰률 90% 이상 시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대비"가 필요하다가 언급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국토부가 답함비리 입찰비리를 예견하고 있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