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우리의 얘기를 들어달라."
반대하는 쪽도, 찬성하는 쪽도 목소리는 같았다. 1일 박원순 시장이 참석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간담회에서는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용산개발사업에 찬성, 반대하는 측과 지역상인으로부터 나온 요구사항은 이해관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서울시를 향한 원망의 눈초리는 사전에 맞추기나 한 듯 똑같았다.
주민들은 "평범했던 사람들이 길거리로 피켓을 들고 나오고 장사가 안 돼 빚더미에 올라 앉는 동안 서울시는 대체 어디에 있었느냐", "7년간 원망과 분노의 세월을 보내며 피폐해진 삶은 누가 책임져주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간담회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절규 앞에 박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2006년 정부의 철도경영 정상화 대책으로 확정된 후 30조원 규모로 확대됐던 용산개발사업.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며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지만 정작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자리는 거의 없었다. 개발계획을 확정하며 서울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테두리 안에 시민의 권리나 의견은 빠져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시장이 직접 나서 우리 의견을 묻고 들어보는 자리를 조금이라도 빨리 마련해줬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현장시장실'에 시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서류 몇 장, 수치 몇 개'로 정책이 추진되고 결정되는 일이 덜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때 그 사업은 대개 나중에 큰 장벽을 만난다. "앞으로 시가 일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 박 시장의 말처럼 공공기관의 정책은 우선 시민의 삶의 현장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장에서 약속한 것을 '공언(空言)'으로 그치지 않도록 애쓰는 것에 결국 그 정책의 성패가 상당 부분 달려 있지 않을까.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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