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 중 하나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이다. 108억원이 신규로 배정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피해자가족 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이런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지난 2011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산부의 폐를 딱딱하게 굳게 만들면서 사망케 한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임이 밝혀진 것이다. 피해가 심각해지자 가습기살균제는 강제 수거 명령과 의약외품 고시로 판매가 중단됐다.
올해 4월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결의안이 채택됐다. 피해자가족모임 등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를 환경성질환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환경부장관은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회 환경보건위원회에서 이 안건은 부결처리됐다.
피해자가족모임 등은 치료비 지원과 함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태를 환경성질환으로 지정해 '가습기살균 환경성질환센터'를 설립하자고 요구했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 구제법 제정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가족모임 측은 "정부여당이 말하는 의료비 예산안은 한시적이고 일회성 지원에 불과하고 사망자에 대한 대책이 빈약하다"며 "미처 손써 볼 새도 없이 급격하게 악화돼 사망한 희생자가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돈 몇 푼 받는 것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들에게 오히려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료비 지원방안과 신규 예산 편성은 한 걸음 진척된 자세 변화이지만 이것만으로 근본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자가족모임 측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는 일회성 지원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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