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주택대출 사전상담 첫날 풍경 살펴보니
문의 1500여건 쏟아져…시범사업 3000가구의 절반
짧은 준비기간·까다로운 조건 아쉬워도 기대감 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수익형과 손익형 사이에서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유리할지 판단이 쉽지 않네요. 수억원 짜리 집을 사는 일생의 중요한 결정인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에 꼭 집을 장만할 생각입니다."
연 1~2%대 금리의 수익ㆍ손익 공유형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대한 사전 상담 첫날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우리은행 지점에서 만난 30대 중반 남성은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짧은 준비 기간과 까다로운 절차는 다소 아쉽지만 새롭게 출시된 모기지 상품이 내집 장만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동시에 내비쳤다.
이날 우리은행 본점과 각 지점에선 방문상담 706건, 전화상담 443건 등 1149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또 공유형 모기지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에도 200~300통의 문의전화가 쏟아져 이날 하루에만 총 1500여건의 문의가 쏟아지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시범사업으로 진행되는 3000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직장인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ㆍ중구 일대 우리은행 지점 상담창구는 붐비지는 않았지만 한두 명씩 꾸준히 상담을 받는 모습이었다. 상담을 받는 이들은 상품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 등을 조목조목 물으면서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당장 다음 달 1일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데다 두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도 따져봐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여서다.
상담창구를 찾은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수익형과 손익형 중 어떤 것이 유리할지에 대한 판단으로 보였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직장에 다니는 김형기(가명ㆍ32세)씨는 "수익형을 통해 1억5000만원 대출을 받으면 3년 거치 기간이 끝나고 17년 동안 매월 92만원 정도를 갚아야 한다"면서 "소득의 3분의 1이 넘기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결혼과 함께 입주를 하기 위해 아파트를 보고 왔다는 이민수(가명ㆍ35세)씨는 이번 기회에 꼭 대출을 받겠다고 전했다. 이씨는 "상계동의 한 아파트를 2억1000만원에 계약할 계획"이라며 "손익형으로 할 때 최대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8200만원 정도여서 2000여만원은 신용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자라는 돈은 신용대출을 받아서라도 이번 모기지 혜택을 보겠다고 이씨는 전했다.
수익 공유형은 주택기금에서 집값의 최대 70%(2억원 한도)까지 연 1.5% 금리로 빌려주고 주택 매각 시 이익이 발생하면 일부를 주택기금에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손익 공유형은 주택기금이 집값의 최대 40%(2억원 한도)까지 연 1∼2% 금리로 지원해주고 구입자와 기금이 매각 손익을 나눠 갖는다.
두 상품의 대출자격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로 대출 신청일 기준 가구주와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한다. 신청 가능 주택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전용면적 85㎡ㆍ6억원 이하 아파트로 제한된다.
우리은행 각 지점에서 대출상담을 진행하는 행원들은 자격조건 뿐 아니라 대출심사에 반영되는 점수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1차 신청자 5000명에 선정되더라도 최종 대출 심사에선 탈락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매매계약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옥 우리은행 인사동지점 부지점장은 "매입 대상 아파트의 감정가와 매매가격 간 격차가 10% 이상, 3000만원 넘게 차이가 나면 심사 때 탈락할 수 있다"면서 "대출심사에 반영되는 지원 필요성, 상환능력, 적격성 등이 차등 적용되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신청은 다음 달 1일 오전 9시부터 우리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선착순으로 5000건을 받을 예정이다. 매입 대상 아파트의 동ㆍ호수를 기재해야 하지만 신청 전까지 매매계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신청 후 매입 대상 아파트의 동ㆍ호수를 변경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한국감정원 실사 등 최종 심사를 거쳐 3000건을 대출 대상으로 선정, 다음 달 11일부터 승인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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