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던 여름이 지나가고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예년이면 추석상 마련을 위해 수산시장이 붐빌 때지만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많은 시장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산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 방사선을 이용해 암환자를 치료해 온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로서, 또한 국내 방사선의학 전문 연구기관의 장으로서 불필요한 걱정이나 일부 오해들에 대해 답답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보통 암을 치료할 때 우리는 수만밀리시버트(m㏜) 수준의 방사선을 쏘게 된다. 그 정도 양이 돼야 암세포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 암 치료 과정에서는 암세포 주변에 있는 정상세포에도 방사선이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관련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왔다. 덕분에 최근에는 정상세포의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다양하게 개발돼 방사선 치료에 의한 후유증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방사선종양학에서는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문 의료진은 방사선의 장기적인 부작용에도 관심을 가지며 직접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학계가 인정하고 있는, 암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는 선량은 100m㏜이며 그 이하에서는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100m㏜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돼야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이지만,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의를 위해서는 아무리 낮아도 방사선이 증가하면 암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는 가설이 채택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류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방사선량의 기준은 약 1m㏜이다. 실제 1m㏜ 수준의 방사선이 정말로 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현재 과학적으로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극미량의 방사선 노출에 대한 인체 영향은 확률론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저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 수천만명의 사람을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해야만 그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개 위험에 대해서 '그렇다' 또는 '아니다'와 같은 확실한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매우 낮은 가능성도 '없다'라고 하지 않으며 '있을 수는 있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다'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이 경우 대개 일반인들은 '있을 수 있지만'을 새겨듣고 전문가들은 '매우 낮다'에 강조점을 둔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이러한 차이로 인해 오해를 하거나 지나친 걱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발생하며 때로는 '방사능 괴담'과도 같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정리하면, 현재와 같은 수준의 방사능은 과학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은 위험이며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엔(UN) 산하의 방사선영향연구위원회에서도 저선량방사선의 장기적 영향연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이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의학원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향후 연구결과에 대한 적극적인 공유에 힘쓸 것이다.
최근 정부는 일본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으며 그 외의 지역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면 즉각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수입산의 국내 수산물 둔갑 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차례상 마련을 위해 시장에 나가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우리 최대 명절 추석을 맞이해 모처럼 가족들이 한 상에 모여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철구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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