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 둘러싸고 한중일 기싸움 치열한데
대륙붕 개발 사업 위축 우려
기재부, 세수 확보 원칙 내세워 특례 조항 폐지키로
업계 "세금 부담 늘면 외국 기업 투자 유치 못한다" 반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해저광물자원개발을 위한 과세특례' 조항 폐지가 국내 해저광물 탐사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해저광물을 탐사 채취하는 사업에 대해선 특례 조항을 두고 각종 세금을 면제해줬으나 올해 말로 이 같은 특혜를 없앨 방침이다. 특히 최근에는 동중국해 대륙붕을 둘러싼 한ㆍ중ㆍ일 3국의 기싸움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 자칫 정부의 특례 조항 폐지가 대륙붕 개발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해저광물자원개발을 위한 과세특례(조세특례제한법 제140조)' 제도를 폐지하는 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제도는 지난 1970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 제정과 함께 40년 이상 지속돼 왔었다. 시추 기술력이 좋은 외국의 자원 개발 기업을 끌어들여 대륙붕 개발 투자를 활성화하고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자원을 확보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1998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은 조세특례제한법 신설과 함께 과세특례가 이관됐고 이후 2003년과 2008년 5년 단위로 일몰 기한을 연장해왔다. 현재 일몰 기한은 올 연말까지다.
문제는 일몰 폐지와 함께 세금을 부과하면 국내 해저광물 탐사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석유 개발 사업과 관련한 대부분 장비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조세 부담이 가중되면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시추를 한 번 하는 데는 1~2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 외국 시추 설비를 들여와 용역을 맡기는데 이 설비를 수입품으로 분류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 기재부의 방침이다. 기재부는 "대륙붕 개발에 따른 자원 확보라는 특수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일괄 세수 확보라는 원칙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재부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일몰 도래 시 원칙적 폐지, 필요 시 엄격한 검토를 통해 재설계 후 도입'하겠다는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기재부가 이처럼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대륙붕 개발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사업자인 한국석유공사ㆍ대우인터내셔널ㆍSTX 등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시추 비용은 대략 800억원 내외인데 6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외국 시추 설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시추 비용을 초과하는 비용 부담이 생기게 된다"며 "자국 영토 내 자원 개발을 하는 데 있어 세금을 물리는 경우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1년에 한 번 시추를 할까말까 하는 상황인 데다 탐사성공률도 10~20%에 불과한데 이렇게 세금을 내야 한다면 어떤 외국 기업이 시추를 하러 우리나라에 들어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등 대부분의 자원보유국은 투자 유인을 위해 다양한 세제 감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자원 개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 예산이 한정된 현실에서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는 대륙붕 개발에 매우 중요하다"며 "특례가 폐지되면 투자 계획(자금)의 불확실성이 커져 외국 기업이 투자 자체를 기피할 우려가 있고 전체 사업비의 40% 이상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수 증대 효과도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1공 시추 시 실제 세수 확보 규모는 환급 제도 이용을 전제했을 때 수십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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