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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설파하는 남아공 흑인 사업가 허먼 마샤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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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허먼 마샤바(54)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백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라트헤이트가 만연할 때 창업해 성공한 '흑인 소매업체의 아버지' 리처드 마포냐를 포함하는 극소수의 흑인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기업가 정신 설파하는 남아공 흑인 사업가 허먼 마샤바 회장 허만 마샤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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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아파라트헤이트가 극에 이른 1985년 20대 초반일 때 '블랙라이크미'를 창업해 남아공을 선도하는 기업인으로 성공했다. 그는 요즘 남아공 수도 요하네스버그 구시가지 북쪽에 있는 자치시 샌튼에서 투자회사 '레파치투자' 회장으로서 청년 흑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있다.


 마샤바 회장은 최근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저의 주요 불만 중의 하나는 해고와 임금에 관한 경직된 노동법인데 이 법은 창업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아파라트헤이트 시절에 창업정신이 더 돋보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회장으로 있는 '자유시장재단'을 통해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단은 1970년대 정부의 시장개입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시민단체이다.


 좌익 성향을 갖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당이나 그 연정파트너인 남아공노동조합회의(COSATU), 공산당은 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 공무원들은 유산자와 무산자 간 소득격차 확대를 축소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만큼 노동법은 근로자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ANC가 마련한 흑인경제우대정책(BEE) 조차도 논란으로 오염됐다는 게 그를 비롯한 남아공 기업인들의 생각이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26% 이지만, 청년 실업률은 그 두 배로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있다. 마샤바 회장은 "할 일이 없는 청년들에게 최저임금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고, "우리는 절망하고, 가난하며 교육받지 못한 800만명의 남아공인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남아공의 수도 프레토리아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곳에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어린 남매들을 남겨둔 채 가정부로 하루 종일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마샤바는 거리에서 자랐다.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거래하고 도박을 했다. 그러는 사이에서도 독립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노스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2학년 때 소요가 발생해 학교는 폐쇄됐다.


 두 달 뒤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마샤바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반아파라트 무장투쟁에 참여할 것을 고민하다 슈퍼마켓 체인 '스파 프레토리아'에 취직했다. 그의 사업가 기질은 백인 소유의 흑인 두발제품 생산업체인 슈퍼컬(SuperKurl)에 취직한 뒤 만개했다. 그는 1년 만에 최고의 세일즈맨이 됐다. 동시에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도 굳혔다.


 마샤바는 "미장원이 도처에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어 이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1985년 '블랙라이크미'를 창업했다. 필요한 돈은 슈퍼컬에 있을 때 친분을 쌓은 세 명의 파트너 한테서 빌렸다. 3만랜드를 빌렸는데 단 7개월 만에 다 갚았다.


 그는 구닥다리 도요타 코롤라를 몰고 전국을 누비며 장사를 했다. 한 달에 1만㎞를 달렸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서 회사를 키운 덕분에 1990년대 초 블랙라이크미는 약 180명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3년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전소됐다. 그래도 그는 단념하지 않았다.


 공장을 다시 지은 뒤 마샤바는 1997년 지분의 75%를 미국의 다국적 회사 콜게이트 파몰리브에 매각했다. 당시 블랙라이크미는 연간 500만랜드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꽤 괜찮은 회사였다. 제휴관계가 썩 좋지 않아 마샤바는 2년 뒤 회사를 되샀다. 그리고 2005년 과반지분을 남아공 기업인 AMAKA에 팔았다.


 2000년대 들어 그는 BEE를 활용해 여러 분야로 진출했다. 레파치투자는 금융서비스, 부동산, 방탄기술 및 IT 분야에서 지분을 갖고 있다. 그는 정확한 투자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약 8억랜드(미화 7800만달러)에서 10억랜드 사이로 추정된다.


 마샤바는 요즘 남아공 흑인들의 기업가 정신 쇠퇴와 BEE 자체를 질타한다. 그는 FT에 "사람들은 앉아서 정부가 뭘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이는 정치인들이 그들을 위해 뭘 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가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제가 30년 동안 공을 쌓은 게 잘못된 정치 탓에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합니까? 돈을 잃는다면 차라리 싸우면서 잃겠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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