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저가항공 기내식 가격에 승객들 '아연실색'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 26년째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김민석씨(가명)는 여름 휴가길 초입부터 부부싸움에 틀어졌다. 그의 아내가 항공기내에서 주문한 주전부리가 화근이었다. 맥주, 땅콩, 콜라, 감자칩을 주문하자, 배춧잎 한 장(1만원)이 그냥 빠져나갔다. 항공권은 저렴할지 모르지만 기내식 가격은 점입가경이었다. 그의 슈퍼에서 3000원대면 살 수 있는 품목이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다는 사실에 그는 아연실색했다.
#2. 저비용항공사를 타고 태국 여행을 떠난 이지현씨는 새우깡 한 봉지를 주문했다. 가격은 1000원. 손바닥 크기의 봉지과자 한 봉지에 1000원이라는 생각에 잠시 머뭇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이씨는 1000원을 주고 새우깡 한 봉지를 샀다. 가격에 대한 승객 불만이 많은지, 승무원은 "과자 크기가 많이 작은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우리나라 국적 저비용항공사들(LCC)의 유료 기내식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달부터 기내식 판매코너인 '에어카페'를 통해 맥스(Max, 350ml) 맥주를 1캔당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에어부산도 같은 맥주를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같은 맥주를 4000원에 판매한다. 같은 맥주지만 항공사마다 가격이 다른 셈이다.
해당 맥주의 마트 기준 권장가격은 1290원이다. 권장가격은 제조업자가 자신의 제품이 소매되는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제시하는 가격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제조업자와 유통업자간 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납품가격보다는 높은 것이 현실이다. 같은 맥주지만 항공기에 오르기만 하면 가격이 제각기 책정된다.
콜라(355ml)도 권장가격은 500원이지만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2000원에 판매한다. 유통업계에서 콜라, 캔커피 등은 중간 유통 마진이 높은 품목으로 손꼽힌다는 점에서 실제 납품가격은 권장가격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돈을 받고 콜라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무상으로 콜라를 제공하고 있다. 또 커피, 주스 등도 승객들이 요구하는 대로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제주항공은 서울우유에서 생산한 '라이브 감귤주스'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 LCC 기내식 중 가장 가격편차가 큰 것은 컵라면이다.
진에어가 지난달부터 컵라면을 기내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제주항공이 오는 1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도 도입 여부를 검토할 만큼 컵라면은 인기 메뉴다.
진에어는 '신라면 컵라면(65g)'을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라면의 권장가는 650원 정도다. 이스타항공도 권장가 688원인 '삼앙라면 컵라면(65g)을 3000원에 팔고 있다. 제주항공은 오징어짬뽕(67g)의 가격은 2000원으로 책정했다.
이외에도 기내에서 덮을 수 있는 담요 가격도 LCC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티웨이항공은 1만8000원,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이 1만5000원, 에어부산이 1만원 등이다.
천차만별인 기내식 가격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승객들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 기내식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고 서비스가격까지 포함된 가격"이라며 "기내식의 중량에 따른 항공기 연료 소모 여부 등도 고려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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