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재정건전성 강화와 국가부채 축소를 위해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재계와 전문가들은 투자확대를 명분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총리가 2009년 이후 최장기간 투자침체 후 세금경감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력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신일본제철의 도모노 히로시 회장은 지난 7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주변국과 세금이 비슷하기를 원한다”며 법인세율 인하를 촉구했고, 종합상사 마루베니의 아사다 테루오 회장은 블룸버그에 “세금이 너무 높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디플레이션 종료를 위해 한편으로는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국가부채 감축과 재정건전화를 위해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등 이율배반의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아베는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2012 회계연도에 약 63조엔인 투자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약 70조엔으로 복원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본의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은 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법인세율을 10% 정도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법인세율은 35.6%로 중국(25%), 싱가포르(17%)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에 대해 아소 경제상은 현재 기업의 70%가 법인세를 내지 않는 만큼 감세조치는 효과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베 총리 정부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감세는 내년 4월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이 경제에 가할 타격을 상쇄할 수 있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법인세 인하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HSBC의 데발리에 이즈미 이코노미스트는 “세율인하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권장하고 창업과 혁신 분위기를 조성해 일본 경제의 신진대사를 촉진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노무라증권은 2014 회계연도에 법인세율을 10% 인하할 경우 2015년까지 2단계에 걸친 소비세율 인상의 충격을 전부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법인세율을 10% 인하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0년 동안 1.1%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일본매크로어드바이저스의 오쿠보 다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장려 조치는 투자금의 일부를 조기배정하는 효과밖에 낼 수 없다”고 말했고, RBS 도쿄의 롱한화왕 이코노미스트도 “투자지출 세금경감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들에게 법인세 인하가 필요한지와 인하시기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 2~3년에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일부는 이르면 내년 3월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아베 총리는 의료부문과 농업 개혁을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반발에 직면해 있다. 또 소비세율을 인상하면서도 기업에 추가 지원을 할 경우 일본 소비자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도 있다. 세금 인상을 추진할 경우 유권자들의 반대라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아베의 전임자인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공약을 버리고 1998년 이후 15년 사이에 처음으로 소비세율을 인상하려고 했다가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낙마해 아베에게 자리를 내줬다.
모리노부 시게키 주오대 법대 교수는 “법인세율 인하를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권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것은 아베노믹스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검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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