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증가와 맞물려 루피화 하락 부채질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최근 외환 위기에 직면한 인도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나타났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인도 루피화 가치 하락과 재정적자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루피화 가치는 또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인도 정부가 이번 주 정부의 식비보조금을 법률로 제정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연간 정부의 식비보조금이 40억달러 늘어 총 20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루피화를 위협하는 요인은 또 있다. 인도 최대 수입품목인 원유의 가격 상승이다. 국제유가는 미군의 시리아 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6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 26일 인도 하원에서 식비보조금법안이 승인되자 그간 인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거두던 투자자들은 더욱 불안에 휩싸였다. 인도 봄베이 주식거래소에서 센섹스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최근 수일간 6%나 빠졌다.
인도 정부의 식비보조금법 제정은 국가 성장 둔화와 맞물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인도 신용등급을 낮출 수도 있다고 인도의 민간 싱크탱크 RPG재단의 수장인 파이 파난디카르 박사가 지적했다.
그는 “식비보조금과 유가 보조금이 적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올 회계연도 인도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 3월 정부 추산인 국내총생산(GDP)의 4.8%보다 늘어난 5%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아직까지 인도의 국가 신용등급 재검토를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만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증시에서 빠져나가 루피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브렌트 원유 가격은 시리아 공습이 시작되면 현재 배럴당 117달러에서 120~12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는 석유 수요의 4분의 3을 원유 수입에 의존한다. 루피화 약세는 원유 수입가격을 늘리고 정부의 유가보조금 비용도 증가시킨다.
인도 정부가 연료보조금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디젤가격을 올릴 수도 있지만 내년 5월 치러지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표심을 잃을 수 있어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3월 종료된 2013년 회계연도 정부의 유가보조금은 1조6000억루피(26조1508억원 상당)에 달한다. 달러 대비 루피화 환율이 달러당 68루피라고 가정하고 브렌트 원유가격이 배럴당 109달러로 계산하면 이번 회기 유가보조금은 2억루피가 오른 1조8000억루피까지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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