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비 인상, '승차거부 줄이기' 현실성 있나?

자료=서울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오는 10월 중 500~700원 정도 인상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승차거부 문제 해결, 택시운수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이번에 세 가지 요금 인상안을 마련했다. 시민들은 택시비를 올리고 심야요금 시간을 변경하면 과연 택시들이 승차거부를 하지 않고 서비스가 개선될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27일 서울시는 택시요금 조정 인상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택시비를 올려 운송원가의 적자보전을 하면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인상안에는 특히 경기도 내 서울과 가까운 11개 도시에 적용하지 않았던 시계외 요금이 부활할 수 있을 가능성도 담았다. 심야할증 시간대도 1시간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기본안에는 현행 기본요금을 600원 올려 2900원으로 하되 일산, 구리, 분당 등 서울시와 가까운 경기도 내 11개 인접도시의 시계외 요금을 부활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대신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의 심야할증 요금 시간은 유지키로 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500원 인상안에선 시계외 요금 부활과 함께 심야요금 시간을 밤 11시부터 새벽 3시로 앞당기기로 했으며, 또 다른 대안은 시계외 요금과 심야 요금시간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700원 정도 인상하는 것이다.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현행 2400원)은 최초 거리 2㎞에 적용된다. 이를 초과하면 144m당 100원이 붙는다. '시계외 요금'이란 서울을 벗어난 도시에 적용되는 것으로 100원보다 20원 많은 120원이 붙는 부담금을 뜻한다. 서울과 붙어 있는 경기도 내 11개 도시에 대한 시계외 요금은 지난 2009년에 폐지됐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시계외 요금을 적용할 때 경기도로 나가는 승객들이 경기택시를 더 많이 탔기 때문에 서울 택시들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폐지한바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택시의 승차거부 원인이 된 것이라고 판단돼 시계외 요금을 부활하는 안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분당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 모(여·20대)씨는 "할증이 붙으면 오히려 택시기사들이 과속해서 운전을 하는 등 서비스 질이 이보다 더 나빠질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심야할증 시간 변경안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박 모(50대)씨는 "밤 11시가 심야인지 잘 모르겠다. 그때는 여전히 대중교통이 많이 다닐 시간인데 택시수요가 많을지 의문"이라며 "종전대로 할증시간은 12시부터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택시 2만2000대 중 8000~1만대 가량이 58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운행하는 택시라 밤에는 이들 택시가 거의 운행하지 않아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택시요금 인상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평이다. 직업상 이동이 잦은 조 모(여·30대)씨는 "서울시내 가까운 거리도 택시타면 5000원은 훌쩍 넘는데 택시를 많이 타는 입장에서 600원은 어마어마한 타격이다"라고 말했다. 박 모(여·30대)씨 역시 "택시 요금 인상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는데 요금이 오르면 정말 필요한 경우 아니고는 안 탈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시행하기로 했던 심야버스 7개 노선 확대 운행은 추석 이전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다음달 '서울택시혁신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대책으로는 택시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최소 16시간의 준법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시 이틀간 택시영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