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파트너급 높여 '장외투쟁' 고삐죄기 전략
-새누리 "대화협상 주체는 청와대 아니다" 반발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민주당이 22일 의원총회를 갖고 '병행 투쟁'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결의함에 따라 '장외투쟁'이 장기전을 맞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을 요구하는 등 정국 타개를 위한 맞상대로 여당이 아닌 청와대를 지목했다. 왜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아닌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일까?
민주당이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문제를 두고서 박 대통령의 사과를 비롯한 책임있는 발언을 요구하는 것은 국정원 사건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은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당시 발생했던 사안인데다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라는 점, 대선 이후에도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등을 공개하는 등 국정원의 정치개입 행동으로 보여지는 활동들이 이어졌다는 점을 민주당은 이유로 꼽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은 정국이 교착상태를 맞을 때마다 마지막 해결책으로 등장하곤 했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2000년 6월 의약분업 문제로 진료 마비 사태 등을 불러온 '의료대란'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긴급회담을 통해 풀어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하는 데에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 이른바 '센 상대와 붙어야 세진다'는 것이다. 대선 패배 후 입지가 좁아진 야당이 국정 파트너를 여당이 아닌 대통령으로 '급'을 올릴 경우 지지세력을 규합하면서 국민들에게 제1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실제로 역대 영수 회담의 경우 야당 대표에 힘이 실렸다"고 평가했다.
제1 야당이 청와대와 직접 상대하려고 하는 것을 여당이 호락호락 두고 보지는 않는다. 정국 주도권이 자칫 야당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야당의 대화 협상의 대상은 청와대가 아니라 여당임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그것이 의회민주주의 기본이고 전부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회담은 야당의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내부용으로서도 활용된다. 친노와 비노 등 계파 투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청와대를 직접 상대함으로써 선명 야당의 기치를 높임과 동시에 당내 결속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비주류에서 당선된 김한길 대표의 경우 이번 청와대와의 회동이 성사되면 '개선장군'으로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동시에 강경파와의 갈등까지 잠재울 수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것을 "경쟁적 착시효과"라며 "지도부가 (당 내 흔들리는) 입지를 포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의 '영수회담'이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영수회담'이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를 같이 맡고 있던 시절에 있었던 것인데다 청와대와 민주당 간의 갈등은 점점 깊어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3자회담 또는 원내대표들을 포함한 5자회담을 검토했고, 중재안으로 3자회담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 했지만 최근 민주당의 '3ㆍ15 부정선거’ 언급으로 정국은 다시 급랭하는 모습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3일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국정 파행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3·15부정선거'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금도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강력 반발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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