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민연금제도의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인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연금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시기를 놓고 최소한 4년 뒤에는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과 기금이 바닥나는 2040년대 중반 이후에 검토하자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2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2013년 제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국민연금 제도 및 기금운용 개선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형표 위원장은 "재정 불안정성으로 국민 불신이 생기고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재정안정화 방안에 대해 대립된 시각이 팽팽하게 제기돼 단일안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도발전위원회는 그동안 회의를 거쳐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현행 부분적립방식으로는 장기적인 재정 안정화를 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재정 목표는 재정계산 추계기간 마지막 연도(2083년)를 기준으로 최소한 적립배율 2배 이상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문 위원장은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 인상, 급여수준 조정, 지급연령 조정의 방안이 있는데, 현재의 급여수준은 충분히 낮고 이미 올해부터 지급연령 상향 계획이 시작되고 있어 추가 조정이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라 보험료율의 단계적인 인상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에 찬성하는 쪽은 최대한 빠른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되, 4년 뒤인 2017년에는 인상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와 함께 재정안전성 평가기준을 보완해 조기 재정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고용률·출산율 등 근본 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면 현 상태에서의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쪽은 현행 보험료율을 유지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현재 부분적립방식의 재정방식을 점진적인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인식이 깔려있다. 현재 미국, 독일, 스웨덴, 일본,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적립금이 없어 보험료 등 부과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보험료 인상은 수지 차, 기금규모 등 재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2040년 중반 이후부터 검토하자고 했다. 국민연금기금이 증가하는 동안에는 보험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건데, 지난 3월 재정추계위원회의 장기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44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이면 완전히 바닥난다.
문 위원장은 "당장 보험료를 인상하면 국민 반발과 탈퇴로 이어져 오히려 사각지대가 늘어난다는 이유"라면서 "현행 보험료율을 최대한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안정화시키는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건강보험처럼 소득에 비례해 고소득층이 보험료를 더 부담하고 이를 통해 재정안정 효과를 주는 방안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도발전위원회는 장기적으로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할 필요는 있지만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급여수준과 지급연령을 인구구조 변화, 경제여건 등에 연동시키는 것으로, 독일과 일본, 스웨덴 등에서 도입했다.
문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오는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있어 자동안정화를 도입할 필요가 크지 않다"면서 "급여 조정이 끝난 후 추가 도입을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 내용을 검토한 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앞서 실시한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결과와 함께 협의한 뒤 대통령 승인을 거쳐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위원회의 논의 결과와 공청회 결과에 대해 별도로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 국민연금 제도개선과 기금운용 발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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