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9개 구단 체제다. 팀당 치르던 133경기가 128경기로 줄었으나 선수들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여느 해보다 일주일가량 빠른 개막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등에 따른 후유증이 뒤섞인 결과다. 오히려 적잖은 선수들은 원하지 않는 휴식 일정 등으로 페이스 유지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런 불만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에 잦은 이동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8월부터 리그는 2연전 시리즈로 운영된다. 치열한 순위 경쟁까지 더 해져 코치진과 선수들의 고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프로 구단들은 부진을 더 많은 훈련으로 극복한다. 대부분의 결과는 그들의 만족과 거리가 멀다. 시즌 도중 기량을 올리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리한 훈련으로 과부하가 생겨 부상의 덫에 걸리기 쉽다.
인체는 무리를 하면 이상이 오게 돼 있다. 신호를 무시하고 강행할 경우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물론 선수들은 주전 확보와 승리라는 기본 과제를 위해 현 질주를 멈출 수 없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몇몇 구단들은 기존 틀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주전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따로 휴식을 제공한다. 지명타자로 출전시켜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어쩌면 당연한 조치다.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한두 달을 잘 하는 선수는 많지만 1년 내내 그런 선수가 드문 건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수록 혹은 부진이 거듭될수록 대부분의 코치진은 더 많은 훈련을 요구한다.
부상이나 슬럼프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세한 부상이나 피로다. 타자들은 몸이 피로하면 가장 먼저 평소 배트가 무겁다고 느낀다. 이때 스윙 스피드는 자연스레 떨어지는데 타자들은 이전과 다른 결과에 보상효과를 기대, 오버스윙을 남발하게 된다. 투수들은 이때쯤이면 미세한 부상을 참고 던지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무뎌지는 구위는 곧 대량실점으로 연결된다.
사실 선수들은 무리인줄 알면서도 훈련이나 경기 출장을 강행한다. 팀 내 경쟁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타격이나 투구 흐름이 끊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 불안을 전환시켜주는 건 결국 지도자나 트레이너들의 몫이다.
글쓴이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뛴 2008년의 일이다. 당시 사령탑은 막 지휘봉을 잡은 제리 로이스터였다. 그해 전지훈련에서 그는 선수단 앞에 특별한 일정을 내놓았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시에 끝나는 짧은 훈련이었다. 넘치는 의욕으로 많은 훈련을 유도하는 기존 신임감독들과 달리 거의 연습을 요구하지 않았다. 매년 해오던 야간훈련도 아예 못하도록 선을 그었다. 달라진 환경에 선수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많은 훈련을 기대하고 다수 운동장을 확보했던 롯데 프런트도 내심 당황했을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전지훈련이 끝날 때까지 처음 제시한 일정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해 롯데는 끊임없이 이어져오던 부진을 털고 정규리그 4위(48승46패)를 기록,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훈련 양을 줄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게 아니다. 그만큼 철저한 관리로 부상선수를 최소화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들은 남은 잔여경기에서 대부분 표적 선발투수 등 이상적인 라인업을 가져가려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부상 방지다. 한두 경기의 승리를 위해 무리를 하다보면 자칫 시즌 전체를 놓칠 수 있다. 로이스터의 지혜가 필요한 후반기 프로야구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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