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련법 개정 후 올 2월 시행
150㎡ 이상 다중이용업소 8월까지 의무 가입해야
7월 말 전국 가입률 43%…서울 32.4% 최하위권
업주들 갸우뚱, “의무사항인 줄 몰랐다”
미가입 시 기간 따라 최대 200만원 과태료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 용산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임모(52·여) 씨는 얼마 전 ‘화재배상책임보험’ 광고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통상적인 화재보험과 달리 가입이 ‘선택’이 아닌 ‘의무’였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살이에 매년 지불해야 할 보험료가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임 씨는 “기존 화재보험과 같이 선택사항인 줄만 알았지 의무인 줄은 몰랐다”며 “규정이니 따르긴 해야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조금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중이용업소 화재피해자 보상을 위해 도입된 화재배상책임보험을 둘러싸고 일선현장의 혼선이 가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 올 2월부터 보험가입이 의무화됐지만 정작 업주들은 정확한 내용은 물론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 규정에 명시된 가입기한(8월 22일)이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장 기대 이상의 가입률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개정안에 새롭게 포함된 화재배상책임보험은 노래연습장과 찜질방, 음식점, 영화상영관 등 150㎡ 이상 다중이용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시 업주와 피해자에 보상 차원의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화재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영세한 규모의 업소 대부분이 보험 가입에 적극적이지 않아 부상자와 사망자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개선하고자 시행됐다. 특히 관련법 개정은 2009년 11월 14명의 사망자를 낸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사고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보험은 민간의 12개 손해보험사를 통해 가입이 가능하고, 사고 시 사망자에는 최대 1억원(부상자 2000만원·후유장애 1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업주가 연간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평균 5~6만원 선인 정책성 보험으로, 각 업소에서 지불할 보험료는 업종과 면적, 위험도, 화재사고 건수 등에 따라 최소 1만2000원에서 최대 7만4000원까지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가입기한이 채 보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보험 가입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방방재청이 지난 8일 발표한 ‘다중이용업소 화재배상책임보험 가입 현황’을 보면, 지난달 기준 전국의 가입 대상업소 15만5800여곳 중 가입을 마친 업소는 6만6800여곳으로 전체의 43%에 불과하다.
특히 대상업소가 3만4800여곳으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서울의 가입현황은 1만1200여곳(32.4%)에 그쳐 경기도(28.5%) 다음으로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국의 150㎡ 미만 다중이용업소 3만5500여개소는 의무가입기한이 2015년 8월까지로 유예돼 있어 제도의 현실 정착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선 화재보험에 필히 가입해야만 영업허가를 내주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며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걸로 보아 인지는 하고 있으면서도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업주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오는 8월 22일 이후부터는 미가입 업소에 대한 단속도 벌일 계획이다. 적발될 경우에는 미가입 기간에 따라 30일 이하 30만원, 90일 초과 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앞으로는 손해보험협회(12개 손해보험사 포함) 전산망과 연계해 다중이용업소의 보험 가입여부와 변동정보 등도 실시간으로 관리키로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