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매그너스 UBS은행 고문의 경고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고 급속한 해외 자금 이탈과 통화가치 하락까지 맞물려 신흥국은 패닉에 빠졌다.
조지 매그너스 UBS은행 고문은 6일(현지시간)자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신흥시장의 충격이 "시작에 불과하다"며 "'중국 리스크'가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이후 신흥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초까지 얻은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호주와 브라질 같은 자원 강국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잇따라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하반기 들어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소비세 인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기지개 켜고 있는 일본 경제가 내년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단행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세계 최대 부채국인 일본이 소비세를 올리지 않을 경우 재정위기가 닥칠 수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회복 조짐에도 남유럽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 천문학적인 부채와 국가부도 위기, 긴축정책에 따른 갈등 심화로 유럽이 성장동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그러나 매그너스 고문은 글로벌 경제의 이런 변수들이 '중국 리스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 변수는 글로벌 경제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 세계의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경기둔화가 주기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모델의 근본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도 높게 진행 중인 '체질 개선'도 말과 달리 쉬운 일은 아니다. 개혁이 성공해도 중국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길들여진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경기하강으로 글로벌 경제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플레란 통화공급이 축소되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상황을 말한다.
매그너스 고문은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디플레에 근접 중"이라고 분석했다. 근거는 현실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다. 중국의 GDP 디플레이터는 2년 전의 7%에서 올해 2·4분기 0.5%로 추락했다. 중국의 과잉공급과 수요약화에 대한 조정으로 디플레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동산 거품과 그림자 금융 같은 문제가 복병으로 자리잡고 있어 중국의 추락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의 알버트 에드워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디플레 리스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중국의 경착륙 리스크는 미국의 출구전략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