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 없는 매물 전셋값 웃돈 붙어 거래…전셋값 상승 악순환 고리 만들어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이민찬 기자]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같은 아파트라도 융자 여부에 따라 전셋값이 최대 두 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비중이 급등하며 경매에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융자가 없는 안전한 매물에 수요가 몰리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이 안전 매물 선호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이 게 다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구조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했다.
5일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전국 전셋값은 2009년 3월이후 지난 7월까지 53개월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동안 전셋값은 33.01%나 상승했다. 3억원 짜리 전세가 4억원이 된 셈이다. 반면 전국 매매값은 2012년 6월부터 지속적인 내림세로 1년새 0.87% 하락했다.
이에 따라 깡통전세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매매가와 전셋값이 각각 7억5000만원, 3억2000만원이고 주택 담보대출이 2억원인 아파트가 2년 후 매매가는 6억원으로 떨어지고 전셋값이 4억원으로 오른 경우 보증금을 떼이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융자 없는 이른바 융무(融無) 매물에 대한 쏠림현상을 낳으며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각 지역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전셋값이 주택담보대출 규모에 따라 1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지역에선 융자 여부에 따라 전셋값이 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김포한강신도시푸르지오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 기준) 전셋값은 융자가 없는 경우 1억5000만~1억6000만원 선이다. 반면 담보대출 비중이 집값의 60%일 때 전셋값은 8000만~8500만원선으로 대출이 없는 경우의 절반 가량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융자 없는 전세 매물에 웃돈이 형성되면서 전셋값 상한가와 하한가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며 "보통 그 차이가 10% 안팎이었는데 6개월 전부터는 이 차이가 25% 이상 벌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매로 싼 매물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융자가 많은 전세만 찾는 신투자풍속도 감지되고 있다.
반면 학군 등으로 전세수요가 집중되는 강남권에서는 융자가 있어도 임차인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깍은 만큼 월세로 받고 있어서다. 실제 트리지움 84㎡의 경우 융자를 낀 매물은 전세보증금 4억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융자가 없는 동급 매물의 전세보증금이 5억원선인점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 격차가 거의 없는 셈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일부 안전한 매물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전셋값 상한선이 올라가고 이게 다시 전셋값 상승을 낳는 이른바 '자가발전 궤도'에 진입했다"며 "전셋값은 현재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임계점 수준으로 올랐지만 전세금 저리대출 등으로 매매 전환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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