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줄이는 ‘다운사이징’도 부족… 사업성 높이고자 아파트 줄여 오피스텔 공급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분양시장이 극심하게 침체되자 아파트 물량은 줄이고 대신 오피스텔을 짓는 재개발 방식이 등장했다. 재개발 사업성을 높이려는 전략이 중소형 규모의 주택 비중 확대에 이어 수익형 부동산 상품 도입 등으로 다양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 613-10일대 마포로3구역 3지구 재개발조합은 아파트 공급량을 줄이고 오피스텔을 짓는 내용의 재정비안을 최근 수립했다. 기존 164가구로 계획했던 아파트를 104가구로 축소하고 오피스텔 280실을 추가한 주상복합을 짓는 게 골자다.
이 계획에서 독특한 점은 민간 재개발사업인데도 아파트를 줄이고 오피스텔을 늘려짓도록 결정했다는 부분이다. 보통 재개발사업에서는 아파트를 지어 조합원 몫 이외의 물량을 일반분양한다.
이를 위해 토지이용계획을 크게 조정했다. 전체 중 80%에 달하는 3만5939㎡규모의 공동주택 부지를 절반 수준인 1만7653㎡로 낮추고 판매시설 부지는 9476㎡에서 7796㎡로 줄였다. 대신 1만6594㎡를 오피스텔 부지로 바꿔 아파트 단지 대신 주상복합이 들어설 수 있게 했다.
계획된 주상복합은 오피스텔 280실, 아파트 104가구로 계획됐다. 용적률 520%, 건폐율 56%를 적용받은 70m이하, 20층 높이의 2개동 규모다. 지하1~지상2층은 상가가 조성될 예정으로 3층부터 주거공간이 들어선다.
특히 조합은 오피스텔 건립계획을 세우면서 기존 아파트 평형대도 크게 바꿨다. 당초 전용면적 85㎡ 초과를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으로 계획했던 것을 104가구로 줄이면서 나머지는 모두 85㎡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아파트 평형대를 줄여 중대형 미분양 리스크를 없애는 동시에 수익형 상품까지 추가하는 전략을 내놓은 셈이다.
이같은 묘수가 나온 배경은 뛰어난 입지에 있다. 마포로3구역 3지구는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과 맞닿아 있어 역세권 수요는 물론 광화문 및 여의도 직장인을 모두 흡수할 수 있다. 오피스텔 물량을 아파트 공급량의 2배 이상으로 과감하게 설정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서울시의 지원책도 영향을 줬다. 실제 지난 4월 뉴타운이나 재개발 추진을 원하는 구역에 대해 비주거시설 내 오피스텔을 연면적의 10%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한 방안을 내놨다. 지금까지 상가로 분양되는 비주거시설에는 준주거시설인 오피스텔 건축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미분양 우려가 있는 상가시설에 오피스텔을 짓도록 해 사업성을 올려준 것이다.
3지구 조합 관계자는 "마포로3구역은 노후도가 심각한 데도 전체 9개 지구 중 아직도 절반이 사업을 끝내지 못할 정도로 개발 속도가 더뎠다"며 "3지구의 경우 이번 재조정으로 사업성을 최대한 확보한 만큼 내부 논의를 거쳐 올해안에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모두 받아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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