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지요·레미앙…아파트 '짝퉁 이름과의 전쟁'
브랜드가 경쟁력 한목소리
삼성물산 1428건 상표권 신청
건설사들 고급 이미지 지키려 안간힘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서초엠코타운젠트리스', '마곡엠코지니어스타', '금산아인대원칸타빌', '세종시보광골드클래스' ….
지난달 분양된 아파트 단지들의 이름이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아파트 단지 이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길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네이밍을 놓고 건설사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이름을 놓고 '상표권 전쟁'이 예고돼 주목된다. 현대아파트, 삼성아파트 등 시공사 이름을 딴 단순한 이름에서 고유의 브랜드로 이름표를 바꿔 단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길어진 이름만큼 건설사간 상표권 신경전이 벌어진 셈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 상표권 건수가 많아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아파트 정식 브랜드 뒤에 추가로 붙는 명칭도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파트를 분양하기 전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레이크파크'라는 이름을 아파트 브랜드 명칭 뒤에 붙이려고 했지만 이미 상표로 등록돼 있어 사용을 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 정식 아파트 브랜드 말고도 추가로 짓는 아파트 별칭에 대해 상표권을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크파크를 상표로 등록한 곳은 포스코건설이다. 인천 청라지구에 '청라 더샵 레이크파크', 세종시에 '더샵 레이크파크' 아파트를 분양하면서다. 포스코건설은 이외 '송도 더샵 그린워크', '송도 더샵 마스터뷰', '부산 더샵 시티애비뉴', '아산 더샵 레이크시티' 등 각 아파트 프로젝트 명칭을 모두 상표권으로 등록했다. 포스코건설의 정식 아파트 브랜드명은 '더샵'이다. 그 외 그린워크 등에 대해서도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는 의미다.
'래미안'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삼성물산도 이 같은 상표권을 상당수 등록했다. '래미안 리베뉴', '래미안 마포 리버웰', '래미안 크레시티', '래미안 하이리버', '래미안 타워스카이', '래미안 아름숲',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래미안 노블클래스' 등등 다양하다. 또 삼성물산만 쓸 수 있는 별칭은 '가든스위트', '에버뉴', '힐탑팰리스', '화이트팰리스' 등이다.
삼성물산은 6개 대형건설사 중 주택 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상표권 수가 가장 많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삼성물산은 1428건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대우건설(435건), 대림산업(294건), 현대건설(191건), 포스코건설(148건), GS건설(98건) 순이다.
아파트 브랜드 상표권 등록건수가 많아진 것은 아파트 공급이 그만큼 늘어서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개발 등을 통해 아파트 공급량이 많아지다보니 '래미안', '자이' 등으로만은 지역적 특성이나 차별화를 이룰 수 없어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 점도 이유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가격차이가 생기면서 추가적으로 고급스러운 표현을 넣어 이름을 만드는 것 같다"며 "고급아파트 대명사가 된 서초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에서 퍼스티지(First+Prestige)도 일등, 선망의 대상이라는 뜻으로 고급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을 먼저 선점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건설사들의 이름 선점 물밑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