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생중계된 자살현장 … 나흘째 실종 상태
전문가 "현장에 있던 사람들 자살방조는 심각"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성재기(46) 남성연대 대표의 생사 여부가 나흘째인 29일 오전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한 무모한 퍼포먼스가 결국 참담한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그대로 생중계됐다.
전문가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되는 사회풍조와 안전불감증이 결합한 최악의 사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깜짝 이벤트'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이를 방조하는 세태가 낳은 '참사'라는 것이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 대표의 퍼포먼스는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켜서 사람들의 의식을 모으고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비합리적인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만에 하나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투신을 통해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지나친 성과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이성적인 판단이 막혀버리고 감정적으로 치우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설사 성 대표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할지라도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바를 얻는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시도가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퍼포먼스를 함께 기획한 남성연대 관계자들과 이 모습을 촬영한 방송사 카메라기자 등도 퍼포먼스의 위험성보다는 충격적인 상황을 알리는 데만 몰두해 결과적으로 투신을 방조하고 나아가 부추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성 대표가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을 찍은 사진은 성 대표의 트위터에 올라왔다가 한시간여 후에 삭제됐는데, 이 사진은 당시 함께 있던 남성연대 회원이 찍어 성 대표의 계정에 대신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예방 전문가인 이광자 이화여대 간호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어차피 죽을 사람 말릴 수 없다'는 식으로 자살을 쉽게 생각하고 생명을 경솔하게 여기는 세태가 만연하다"며 "사회 전체가 자살에 무감각해진 나머지 투신 이벤트 자체를 가볍게 여겼다"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자살을 퍼포먼스의 소재로 생각하고 이를 방관한 사람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특히 공개된 자살 행위의 경우 모방자살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에 끼칠 영향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성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군필자 가산점 제도' 폐지 논란을 계기로 이른바 '남성 권익 개선운동'에 뛰어 들어 2008년 남성연대를 만들었다. 2011년 정식 시민단체로 인정받은 뒤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상근직원 3명과 함께 활동해 왔다.
회원들의 회비와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던 남성연대는 최근 재정난에 시달려 왔다. 성 대표 역시 투신 하루 전인 25일 남성연대 홈페이지를 통해 "부채를 갚기 위해 시민들이 십시일반 1억원을 빌려 달라"며 투신을 예고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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