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유력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현대ㆍ기아자동차만 유일하게 노사갈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강성으로 소문난 전미자동차노조(UAW)를 비롯한 유럽, 일본 등 완성차 업체 노조가 회사측과 같이 호흡하며 치열한 경쟁의 파고를 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현대ㆍ기아차만 노사가 대립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후퇴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가 노조 투쟁으로 몸살을 앓는 동안, 미국과 일본, 독일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정반대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완성차업계는 유럽발 경제위기가 지속되자 올해 여름휴가 기간에 조업 중단 없이 공장가동을 결정했다. 2007년 UAW와의 협약에서 이중임금제를 도입한 미국 완성차업계도 보다 유연해진 인력운용을 바탕으로 원가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들 노조의 요구 또한 당장 눈 앞의 급여인상보다는 기술혁신, 성과급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움직임인 동시, 일종의 '노조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일본 도요타 노조가 최근 몇년간 흑자에도 불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앞장서 임금을 동결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1950년대 초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도요타는 1962년 상호신뢰, 회사발전, 자동차산업발전을 축으로 한 3대 노사선언 후 50년이 넘도록 파업이 한 건도 없었다. 이는 도요타가 위기를 딛고 다시 글로벌 톱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들 업체들은 위기의 순간에 노사 간 대타협을 통해 재도약 기회를 마련해오고 있다. 미국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은 2007년 노사 대타협을 통해 이중임금제 등을 도입, 고용 유연성을 확보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1993년 노사 대타협을 통해 고용보장과 임금삭감을 동시에 달성했고, 이후 근로시간 계좌제 등 업계 최고 수준의 노동 유연 및 안전성을 확보한 결과 글로벌 선두로 도약할 수 있었다.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노조의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생산차질을 기록한 현대차 노조는 "내달 여름휴가 이후 투쟁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미 한 차례 폭력사태로 치달은 '희망버스' 시위대와 비정규직 이슈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도화선으로 꼽힌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인상과 함께 전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노조활동 면책특권 부여 등을 요구했다. 노조 요구가 100% 수용될 경우 현대차의 생산직 근로자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 성과급 등을 합쳐 평균 2억원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의 요구안이 다소 과도하다는 비난마저 제기되는 까닭이다.
해외 경쟁업체들이 위기돌파를 위해 적용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의 경우 현대차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특히 미국의 업체들이 강성노조로 인한 폐해를 겪은 뒤 회사측과 손잡고 경쟁력 회복에 주력하고 있는데 현대ㆍ기아차는 노사갈등을 지속하고 있다"며 "생산적 노사관계에 기반한 산업 평화 체제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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