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정부도 나섰는데 '동물학대' 여전한 이유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정부도 나섰는데 '동물학대' 여전한 이유 ▲ 지난 5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구조된 길고양이. 발견 당시 뜨거운 물에 의한 화상으로 추정되는 부상으로 눈과 귀 등 신체 여러 부위의 피부가 녹아내려 생명이 위태로웠다.(사진 제공: 동물자유연대)
AD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동물보호에 있어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정답이란 없는 것 같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로 절충하려는 노력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최근 하남시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몸에 화상을 입고 구조된 사건과 불에 그을린 사체가 발견된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앞서 발견된 고양이는 구조 당시 털이 오그라들고 피부가 녹아내려 생명이 위태로웠다. 같은 시기 서울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는 고양이가 있는 상태로 지하실 문을 잠가 학대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개나 고양이 등에 대한 학대사건이 끊이질 않아 동물애호가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만큼 동물 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대사건의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한다. "동물보호 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라는 게 그 이유다.


◆신고 제각각…정확한 통계조차 없어= 현재 동물 관련 민원은 자치구와 다수의 동물단체, 관할경찰서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접수되고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대 상황을 목격했다는 단순제보부터 증거제출까지 민원의 수위도 다양하다. 반면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로 인해 생기는 불편을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도 많아 관련부처에서는 이중고민을 안고 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동물보호조례가 통과된 지 1년이 채 안 됐다"면서 "구청별로 민원을 해결하는데다 모든 사례가 다 형사처벌로 이어지진 않아 전체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보호 역사가 300여년 가까이 된 일부 국가의 사례를 토대로 다양한 계획을 수립 중이며 새로운 정책이 시민들의 정서와 맞물려 진행될 수 있는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청에 접수되는 동물관련 민원은 불편신고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5월 길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해 화제를 모은 강동구 역시 동물 민원의 99.9%가 발정음과 영역싸움 등으로 불편을 끼치는 길고양이를 처리해달라는 내용이다. 개인의 기부로 시작한 급식소 역시 설치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등 시작이 순탄치 않았다.


◆길고양이는 유해동물?…"법 바뀌었는데"= 길고양이(들고양이)는 한때 유해조수(야생조수 및 그 알, 새끼, 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로 분류됐으나 2005년 관리동물로 변경된 이후 현재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동물에 대해 포획, 감금, 상해 등 일체의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시 과태료와 벌금,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한다.


정부도 나섰는데 '동물학대' 여전한 이유 ▲ 경기도 하남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길고양이 학대사건. 사체로 발견된 고양이(우)는 얼굴과 온몸 전체가 검게 그을려 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길고양이(좌) 역시 회복이 더디다.(사진 제공: 동물자유연대)


동물사랑실천협회의 간소양 활동가는 "우리나라는 동물복지운동의 역사가 서구권에 비해 짧기 때문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의 일관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려동물 가구 수가 증가한 것과 비례해 학대나 유기사례도 많아지고 동물에 무관심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은 "그만큼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감시 기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과거엔 그냥 보고 지나쳤을 사안도 발견 즉시 신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동물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키울 땐 애지중지, 버릴 땐 나 몰라라?= 동물이 학대당하거나 버려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회장은 "유기견의 경우 대부분 키우다 병들거나 경제적 이유로 인해 주인이 버린 경우"라면서 "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가축화가 진행돼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며 독립적으로 야생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고양이는 모계중심으로 일정한 영역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사냥 본능이 발달된 육식성동물이다. 반려동물로 길러지다 버려진 경우도 있지만 야생성이 강해 거리에서 자생적으로 번식해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길고양이를 무리해서 포획해 집에서 기르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기순 국장은 "동물복지문제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대립구도로 보기보다는 생명 그 자체로 존중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